부산서 출발 커피 브랜드, 전국 저가 커피시장 ‘호령’
부산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저가 커피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2021년 12월 현재 부산시에 등록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무려 94개다. 2018년 27개였던 부산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났다.
부산시 등록 프랜차이즈 94개
전국에 가맹점 2500곳 넘게 둬
젊은 임직원 공격적 확장이 한몫
업계 “내년부터 내실 다질 시기”
늘어난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만큼 이들과 가맹 계약을 맺은 카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 부산 시내에 카페 351곳을 가맹점으로 뒀던 부산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이듬해 가맹점 수가 495곳으로 뛰더니 올해는 해를 넘기기도 전에 가맹점 수가 787곳에 달했다.
2014년 부산대 앞에서 ‘더벤티’가 벤티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1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아 큰 성공을 거두자 ‘컴포즈’ ‘더리터’ 등 맛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 향토 프랜차이즈가 속속 시장에 진입한 결과다. 현재는 ‘배러먼데이’와 ‘하삼동’, ‘텐퍼센트’ 등 후발 주자가 젊은 소비자 층에 노크하며 점포를 늘려 나가고 있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의 무서운 확장세는 이들 전국 가맹점 수를 살펴보면 더 실감이 난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18년 981개이던 것이 2020년 1545개, 2021년 2529개로 늘었다. 부산 시내 가맹점도 크게 늘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매년 60% 가까이 매장을 늘려 왔다는 이야기다.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 A사 간부는 “현재 전국 저가 커피시장의 선두주자인 ‘메가커피’가 부산에서는 좀처럼 맥을 못 추는 것도 우리 향토 프랜차이즈의 덕”이라며 “부산 시내에서는 업체마다 내부적으로 정한 가맹점 간 이격거리를 준수하면서 거의 한계까지 매장이 확장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커피 업계에서는 부산이 저가 커피시장의 원조 격인 데다 젊은 임직원이 주축이 돼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나간 것을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공 비결로 보고 있다. 그 덕에 부산 커피 프랜차이즈는 유독 소비자 타깃을 결정하는 감각이나 트렌드를 읽어 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산 프랜차이즈 B사 관계자는 “대표에서부터 직원까지 20~30대 위주로 꾸려진 젊고 가벼운 조직이어서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그게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차 시장으로 유명한 대만에서 특정 상품이 유행한다는 소리만 들려도 그 길로 날아가서 마셔 보고 시장 분석을 하고 돌아올 정도로 거침이 없다”고 말했다.
쏟아져 나오는 정년 퇴직자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창업을 원하는 중년층 사이에서 카페 창업이 큰 인기를 끈 것 역시 이들의 확장세에 한몫했다.
그러나 부산의 저가 커피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수년째 덩치를 불려 온 탓에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 새어나온다.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두 가격이 급상승한 데다 각 매장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인력이 한계 수준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커피협회 이호상 이사는 “저가 커피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의 프랜차이즈는 가격 대비 훌륭한 커피 맛으로 그동안 좋은 결과를 내 왔지만 ‘스타벅스’ 등 고가 시장의 가격 상승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내년부터는 가격을 놓고 눈치게임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한참 달려온 부산 커피 업계도 내년부터는 확장보단 내실을 다질 타이밍이 왔다”고 조언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