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협업 영화, 관객 반응 더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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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연출 日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일본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원래 이번 작품을 부산에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요. 다음엔 꼭 한국에서 촬영하고 싶어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43)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오는 23일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하마구치 감독의 신작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내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하마구치 감독은 “한국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한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어 기쁘다”며 “관객 반응이 더 기대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칸 영화제 등서 세계적 주목
23일 국내 개봉 앞서 화상 인터뷰
코로나로 부산 촬영 무산 아쉬워
BIFF 때 봉준호 감독 만나 기뻐

하마구치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2014)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사실 프로듀서는 감독에게 하루키의 다른 단편을 제안했지만, 하마구치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역제안했단다. 감독은 “소설은 인물의 내면을 그려낸다면 영화는 움직임이 중요한 장르”라며 “‘드라이브 마이 카’ 속 차의 움직임이 인물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는 상처가 있는 연극배우 겸 배우 ‘가후쿠’가 운전기사 ‘미사키’를 만난 뒤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비춘다. 작품엔 주인공 가후쿠가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며 고통을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하마구치 감독은 “가후쿠는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을 과대평가했다”며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자신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타자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감독은 이어 “또 그걸 깨달아야 타자와의 관계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피 아워’(2015), ‘아사코’(2018), ‘스파이의 아내’(2020)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하마구치 감독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감독은 “11년 전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심도’를 공동제작했다”면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도 일본과 다른 지점이 있단 게 자극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에서는 박유림 등 한국 배우·스태프들과 협업했단다. “원래 이 작품은 부산에서 찍으려고 했던 영화에요. 부산에서 로케이션 헌팅을 다 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왔죠. 대신 한국 스태프가 찍은 장면을 받아 영화에 넣었어요.”

하마구치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봉준호 감독과 만나 주목받기도 했다. 하마구치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2편을 연속 상영한 후 이어진 자리였는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의 만남이라 올해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하마구치 감독은 “봉 감독님과 대담은 올해 제가 했던 어떤 경험보다 흥미로웠다”며 “마치 봉 감독님의 촬영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봉 감독님이 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시면서 도발하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엄청난 기운과 힘을 받고 왔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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