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나무와 하얀 뱀이 있는 숲 /김혜영(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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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주세요 입술에 물집이 부풀고 이마가 뜨거워요 눈 먼 약사처럼 머리카락은 얼굴을 가려요



비늘이 돋아나요 나의 방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하얀 뱀, 혀에 불이 났어요 비밀의 숲은 떠올라요



얼음을 주세요 당신의 숲은 두터운 갑옷을 입고 태양과 싸우지요 오븐의 식빵은 부풀고 제발, 얼음으로 빚은 계절을 데려다줘요



북극성에서 쏟아지는 별똥별



검은 늪에 떠 있는 새



거품으로 변하는 나의 방, 촛불은 꺼주세요 부활은 아직 멀었어요. 꽃의 입술에 뱀의 혀가 닿고, 숲



하얀 뱀을 따라 나의 방에 이슬이 떨어져요, 숲, 숲,



-시집 (2021) 중에서-


가상현실이 만드는 정신세계와 일상을 엮어가는 정신세계의 차이는, 갈수록 좁혀지고 그 틈새에서 문학의 역할은 커져간다. 진짜(실재)와 가짜(부재)가 혼종되는 사회 속에서 문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프로이트의 포르트-다(있다-없다) 놀이에서 시작된 대상의 현전과 부재는 라캉의 해석에 의해 모든 문자는 부재의 현존을 가능하게 하고 상상계와 상징계가 혼종되는 세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문자의 기호화는 문학의 은유를 극대화시키는 시 작업을 창출하며 문학 속에서 모든 삶의 환유가 가능해지고 모든 정신 작업의 결과는 현실로 치환된다.

얼음과 뱀을 통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숲에 대항하는 시인의 욕망은 사물의 극대화된 은유를 시로 나타내고자 한다. 이런 시인의 욕망은 계율에 대한 저항이며 일상과 사물에 대한 실재계의 잉여 향락이다. 시도 욕망이며 문자도 욕망인 것이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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