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노인을 위한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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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 보안카드(OTP) 교체가 필요해서 한 시중은행 점포를 찾았다. 마침 영업 마감 시간이 임박해 청원경찰이 출입구 셔터를 내리는 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대기 중인 고객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인지 한쪽을 보도록 놓인 의자에 머리 희끗희끗한 분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은 너무나 생경했다. 계좌 개설이나 돈 찾기, 이체 등 아주 기본적인 업무라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현장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증가하고 금융의 디지털화가 확산하면서 유지비가 높은 오프라인 점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얼마 전 어떤 동네에선 아파트 단지에 있는 은행을 ‘비대면·디지털 지점’으로 바꾸지 말아 달라고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13.7%에 불과하다. 인터넷뱅킹 이용률 또한 60대 14%, 70대 4.3%로 매우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점포 축소는 이미 낮은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신한은행이 고령층 고객 비중이 높은 서울의 한 지점을 ‘노인을 위한 은행’으로 재단장해 역발상의 점포를 선보였다. 디지털 기기를 대거 도입했지만 창구 수는 줄이지 않았다. 업무별 색상 유도선을 바닥에 그려 해당 업무를 보는 창구를 찾기 쉽게 했는가 하면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키오스크 옆엔 직원을 배치해 사용법을 거든다. 자동화기기(ATM) 메뉴도 ‘시니어 디지털 맞춤 화면’을 새로 적용했다. 입금·출금·이체 대신 ‘돈 넣기·돈 찾기·돈 보내기’와 같은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글씨도 크게 키웠다. 영리보다는 서비스에 초점을 둔 특화 점포라 할 수 있다.

부산은 전국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인구 비중도 7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BNK부산은행도 2019년부터 ‘시니어 특화 창구’를 19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지만 전체 영업점의 10% 남짓 비중이다.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대세를 거스를 순 없지만, 금융서비스처럼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선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법이다. 올해 은행권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역대 최대 호황을 맞았다. 은행 점포 한두 개쯤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한두 개라도 노인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충분히 시도해 봄 직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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