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새판 짜기’ 이준석 리스크 못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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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중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대한민국 정당사 첫 ‘0선·30대·제1야당 대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하지만 취임 6개월 만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다. 여기에 선대위 국면에서 함께 보조를 맞춰 온 동지이자 정치적 멘토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마저 떠났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에 대한 시각이 복잡하다. 이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지지율 위기 극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확실한 2030세대의 지지가 있다. 이에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김종인 퇴장 이후 ‘고립무원’
당 안팎서 거센 사퇴 압박 불구
“대표직 사퇴 의사 없다” 재확인
윤, 내심 이 선대위 복귀에 난색
“2030 향한 이 역할 필요” 여론도 

이 대표는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퇴 의사는)전혀 없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선대위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택한 가운데 대표직 유지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당 대표가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면서 제발 복귀해 달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격화시키는 의도는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며 당내 사퇴 요구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5일 선대위 재편안을 전격 밝힌 윤 후보 또한 이 대표를 끌어안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저나 이준석 대표나 둘 다 국민과 당원이 정권교체에 나서라고 뽑아 줬고 똑같은 명령(정권교체)을 받은 입장”이라며 “이 대표께서 대선을 위해 당 대표 역할을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이 사실상 이 대표의 선대위 복귀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점점 독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윤 후보가 발표한 선대위 쇄신안에 대해서도 “평가할 생각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선거를 도와 달라, 적극 나서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윤 후보가 사퇴 요구에 방어막을 쳐 준 게 아닌가’라는 이야기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상황 규정 자체가 잘못됐다”며 발끈했다.

이 대표는 참석 예정이던 한 행사에 윤 후보가 참석 의사를 밝히자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후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사실상 윤 후보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제기됐던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당은 물론 윤 후보 선대위 내에서도 후보가 직접 울산에 내려가 대표를 설득해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지며 이 대표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을 이유로 선대위를 박차고 나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당원 여론은 다소 엇갈린다.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윤 후보가 안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법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일부 당원들은 국민의힘이 2030세대에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한 이 대표를 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 대표로서 대선에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권을 노린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 후보와의 마찰이 차차기 대선을 겨냥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윤 후보 대통령 되기’와 ‘내가 대통령 되기’란 양자택일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이 불과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대표가 돌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당을 향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 당원들의 요구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는 멈출 때”라면서 “국민을 생각하는 공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은철·강희경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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