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코앞 ‘자중지란’ 국민의힘, 이러고도 공당인가
국민의힘이 내분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 남겨 두고 기존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체하더니, 새로 개편한 선대위를 놓고도 분란만 증폭되고 있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고육책이겠지만 그래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선대위를 강화하기는커녕 해체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과정을 들여다보면 더 한심하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제발 시키는 대로 연기만 잘해 달라”는 다소 모욕적일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윤 후보는 그에 울컥해 삼고초려로 모셔 온 김 위원장을 내쳤다. 시쳇말로 ‘웃픈’ 현실에 국민들은 지지 여부를 떠나 혀를 찰뿐이다.
선대위 재편 후에도 내홍 확대 재생산
2년 전 미래통합당 때 난맥상 그대로
선대위 재편 이후에도 내홍은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자 인사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정면충돌하고, 일부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사이코패스”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그야말로 ‘아사리판’이 펼쳐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비록 재신임을 받기는 했지만 앞서 당 혼란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급기야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명색이 대한민국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국민의힘 전신은 미래통합당이다. 2020년 4·15 총선 등 잇단 선거에서 참패해 당이 수렁에 빠지자 국민에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그해 9월 당명까지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 게 현재 국민의힘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던 그때 국민의힘은 당의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을 기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 약속에 국민들이 걸었던 기대는 컸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압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 모습을 보면 당시 혁신 약속은 결국 허언에 불과했던 듯하다. 2년 전 미래통합당 때 혼란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홍은 단순히 선대위 재편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윤 후보가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윤 후보 개인의 문제로 그칠 일도 아니다. 이번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당내 권력다툼이 빚어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 측, 김 전 위원장 측, 이준석 대표 측이 권력을 놓고 서로 암투를 벌여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국민을 보는 공당이 아니라 사리사욕의 사당이 된 셈이다. 이번 대선만 치르고 말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위상과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예전처럼 당명 교체 등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면, 그런 행태는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