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령 대학생의 값진 졸업장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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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대학에서 89세 만학도가 전국 최고령이자 학과 수석으로 졸업장을 받는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명대 일본학과에 재학 중인 이주형 씨. 1934년 일제강점기에 강원도에서 태어난 이 씨는 사범학교 4학년 때 6·25가 발발해 학도병으로 차출되면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평생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해오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만학을 결심, 2020년 동명대 일본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유년 시절부터 일본어에 익숙한 데다 우리나라 산업화에 이바지한 과거 동명목재 설립자인 강석진 회장의 정신이 녹아 있다는 점이 대학과 학과 선택의 이유였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부산 동명대 일본학과 이주형 씨
일제강점기 태어난 89세 만학도
2년 전 편입 결석 한번 없이 수강
1과목 제외 A+ 학과 수석 졸업
“배움 나누며 봉사하고 싶다”

이 씨는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음껏 캠퍼스를 누빌 순 없었지만, 누구보다 대학 생활에 열심히 임했다.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수업에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고, 과제도 빼먹지 않았다. 딸도 아버지의 도전을 응원하며 비대면 줌(zoom) 수업 등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결과 이 씨는 단 한 과목(A0)만 제외하고 전 과목 A+를 받으며 총 평점 4.48점(4.5 만점)으로 학과 수석을 차지했다.

이 씨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교수들도 놀라워할 정도였다. 지도교수인 감영희 학부교양대학 학장은 “기본적으로 일본어 실력이 있더라도 대학공부는 학문적 영역이 많아 어려운데, 본인이 굉장히 열심히 하셨다”며 “공부하다 보면 과제를 늦게 제출하거나 빼먹을 수도 있는데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대 손자뻘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도 동료 학생들을 비롯해 대학 구성원들의 귀감이 됐다. 감 학장은 “훌륭한 인품으로 젊은 학우들과도 잘 소통하셨다”며 “제가 늘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삶 전체를 배우고 싶은 분이다”고 말했다.

옆과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절. 자연스레 ‘열심히 사는 것’이 이 씨의 삶의 신조처럼 돼버렸다. 아버지의 성실함을 곁에서 보고 자란 두 아들은 의사로 훌륭히 성장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열심히 살았듯 앞으로도 열심히 살 것”이라며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일본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나눔봉사를 하고 싶다”는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동명대는 오는 18일 졸업식을 앞두고 이 씨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전호환 총장이 14일 어르신을 초청해 ‘만학도특별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전 총장은 “훌륭한 인생2모작·3모작으로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시는 분”이라며 “열정과 도전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끝내 해내고야 마는 모범을 삶 전체에 걸쳐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거뜬히 유지하고 있는 건강도 이 씨가 만학의 꿈을 이룬 비결 중 하나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껏 매일 1~2시간씩 산책을 하며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씨는 “배움엔 끝이 없고, 나이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며 미래의 만학도에게 응원을 전하면서도 한사코 “부끄러운 일이라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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