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당혹감’… 속으로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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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단일화 제안 철회를 공식 선언하자 국민의힘이 표면적으로 보인 반응은 ‘당혹감’이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후 기자들에게 “사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은 저희로선 상당히 의외였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와 선대본부 핵심인사들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여러 경로를 통해 진정성 있게 응했고, 상호 논의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갑작스럽게 결렬을 선언했다는 취지다.

안철수 ‘단일화 철회’ 국힘 득실 계산
선거 임박할수록 양강에 표 결집 염두
“정권교체 위해 함께 노력” 여지는 남겨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단일화 결렬이 이미 예정된 결말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수용하기 힘든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끝까지 고수했고, 국민의힘은 경선 불가를 못 박으면서 안 후보의 중도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안 후보를 연일 저격하는 이준석 대표에 제지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유세버스 사고로 사망한 고인의 유지를 들어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느냐”며 안 후보를 자극했고, 안 후보 측은 “금수와 다를 바 없다”고 발끈했다.

사실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서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독자 완주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13~18일, 3043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윤 후보가 일주일 전보다 1.3%P 상승한 42.9%, 이 후보는 0.4%P 하락한 38.7%를 기록,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안 후보의 결렬 선언에 대해서도 “안 후보 지지율이 더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지지층의 사표 심리 때문에 양강 후보에게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물론 180석 거대 여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집권 초반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서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껴안기가 필수적이라는 내부 반론도 적지 않다. 윤 후보 측이 이날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이유다. 국민의힘은 남은 기간 ‘사표 방지’ 메시지를 던지면서 안 후보 지지율 흡수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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