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점 치닫는 코로나 새벽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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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라이프부 차장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인 확산세를 타고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주일 새 부산 중구와 영도구 인구를 합친 만큼의 인원이 매일 코로나 확진자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 1월 우리나라에서 ‘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2년여 만에 국민 16명 당 1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이처럼 그간 한 두다리쯤 건너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던 코로나의 위협이 바로 우리 턱밑까지 닥쳐오면서 코로나에 덜컥 걸렸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인들의 ‘나홀로 투병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개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거나 아직은 한창 때여서 정부가 분류한 ‘집중관리군’에 속하지 못한 까닭에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의 케어를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한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한 데가 있다.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300만 명 돌파
이달 중 오미크론 확산세 최고조 달할 듯

집단면역 획득 통한 팬데믹 종식 기대감
막판까지 의료 붕괴 없도록 철저 관리를

일단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함께 격리 계획을 짜고, 조심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뚫렸을까 자체 역학 조사에 나선다. 나 때문에 덩달아 불편과 고통, 과중된 업무를 감수해야 하는 가족,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을 치는 한편, 꾸역꾸역 3차 접종까지 마쳤는데 결과적으로 감염을 막아주지 못한 백신에 대한 배신감이 치솟는다. 답답한 마음에 지문이 닳도록 보건소에 전화를 해봐도 연락이 닿지 않는 짜증을 겪다보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 방역에 대한 분노가 스멀스멀 솟아오른다. 하루하루 고립에 익숙해질 때 쯤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감기처럼 큰 탈 없이 체내 바이러스가 사멸되고 나면 이겨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고작 이 정도 병 가지고 온 나라가 그 수선을 떨었었나’ 하는 허탈감마저 든다. 그러면서 주위에 “코로나 걸려보니 별 거 아니더라, 빨리 걸릴수록 빨리 벗어난다”며 ‘오미크론 복음’ 전파에 나서기도 한다.

국내 코로나 하루 사망자 수가 28일 11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상황에서 이들의 경험칙에 근거한 낙관론은 다소 섣부르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의 터널에 조금씩 끝이 보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종지부를 찍을 ‘게임 체인저’가, 당초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이나 먹는 약 치료제가 아닌 바이러스의 자체 진화로 인한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라는 점이 역설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코로나 감염자 13만 6000명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델타(0.7%)의 4분의 1인 0.18%로 나타났다. 1만 명의 확진자 중 18명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3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08%로, 계절 독감 치명률인 0.05∼0.1%와 비슷했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도 3차 접종자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0.5%까지 떨어졌다. 정부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안정화된다는 전제 하에 코로나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독감처럼 환자를 일일이 관리하지 않는 일상 방역·의료 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낙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여부를 가릴 중대 분수령이 바로 이달이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달 초에서 중순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많게는 35만 명까지 나오면서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맞불을 놓는 것처럼 이 정도 규모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한다면 백신으로 면역이 생긴 국민들에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으면서 자연면역을 획득한 이들이 더해지면서 확산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비슷한 양상으로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 확산세가 한풀 꺾인 영국이나 미국, 덴마크 등에서는 백신 패스를 중단하거나 마스크를 벗어던지면서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건은 코로나 사태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지 모를 다가오는 혹독한 고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 그만큼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고, 사망자 수도 늘 수 밖에 없다. 대통령도 총리도 낮은 치명률을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관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그 기준선에 걸려 허망하게 희생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 시기가 겹친 대통령 선거 열기가 코로나 확산세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여야 후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당선 즉시 방역 체제 전환을 약속하고 나선 것도 전문 영역인 방역·의료시스템이 행여 정치 논리에 왜곡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고,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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