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500살 노거수 화재 부산시·구청 전시행정 탓” 지역 환경단체,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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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에 밀려 고향을 떠났던 500년 된 회화나무가 부산 사상근린공원으로 귀향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불에 타는 일(부산일보 3월 1일 자 9면 보도)이 벌어지자 부산 환경단체들이 부산시와 사상구청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부산환경회의를 비롯해 20여 개 부산 시민단체는 2일 오후 2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구 회화나무 화재는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전시행정 탓”이라며 “부산시와 사상구청의 노거수 관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회화나무 화재는 ‘인간의 이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수령이 500년이 넘는 멀쩡한 나무가 재개발 사업 탓에 베어졌고, 진주에서 부산으로 무리하게 재이식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부산시장과 사상구청장 권한대행에게 대시민 사과와 나무권리선언 등 추가 조치도 요구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가지와 뿌리가 베어져 상처 입은 노거수가 진주에서 새싹을 틔우는 등 회복 가능성이 보였지만 사상구청이 이를 무리하게 옮기면서 나무가 화형당하는 고초를 겪었다”면서 “노거수가 불에 탄 모습을 보면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항의했다.

사상구청은 나무의 생사여부는 아직 살펴봐야 한다면서 조만간 나무 전문가 함께 관련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화재 피해 회복 조치 비용에 대해 용역업체에 구상권 등을 청구할 방침이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제대로 관리를 진행하면 오는 5월 정도부터는 다시 새싹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때까지는 용역업체에 관련 조치에 대한 비용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례동 회화나무는 2018년 주례동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경남 진주의 한 조경농장으로 옮겨졌다. 이후 사상구청이 지난달 28일 회화나무를 사상근린공원으로 다시 이식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용접 불꽃이 옮겨붙어 나무가 불에 그슬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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