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에 축구장 2만 개 규모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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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동해시 망상동 지역에서 산불이 긴 띠를 형성하며 퍼져나가는 모습(왼쪽)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 대피소로 몸을 피한 이재민. 연합뉴스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도 삼척까지 확산한 산불과 인접한 강원도 강릉, 동해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꺼지지 않고 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치닫고 있다. 이미 여의도 면적(290ha) 49배, 축구장 약 2만 개에 상응하는 규모의 산림 피해가 집계됐으나, 불길의 반경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울진과 삼척에 산불이 크게 확산하자 재난사태를 선포했던 정부는 두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 피해 지역과 주민에 대한 복구와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동해 등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 삼척까지 확산했다. 이와 별개로 같은 날 오전 1시 8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동해 지역으로 번져 나갔다.

동해안 산불 사흘째 불길 못 잡아
연기·송전탑·강풍, 진화 걸림돌
울진·삼척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60대 방화·담뱃불 실화 가능성

정부는 다행히 산불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산림 피해는 불이 잡히지 않으면서 크게 늘어 1만 4222ha로 추정(6일 오전 11시 기준)됐다. 울진 1만 1661ha, 삼척 656ha, 동해 63ha, 강릉 12ha 등이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49배에 달한다.

시설 피해도 463개소로 불어났다. 울진 388개소, 강릉 12개소, 동해 63개소 등이다. 대피한 주민은 4664세대, 7374명으로 늘었다.

특히 울진 지역에서 확산한 산불이 한울원전 부근까지 빠르게 번지면서 원전 시설에 대한 위험도 우려됐지만, 소방 당국이 빠르게 확산을 차단하면서 현재 원전은 특별한 피해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 중이다.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한 소방 당국은 6일 오후에도 진화 인력 5000여 명, 헬기 50여 대를 투입해 전방위로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확산한 불로 발생 면적이 크게 늘면서 대규모 진화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도 신속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욱한 연기와 송전탑 등도 헬기의 진화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고,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는 강풍의 방향도 진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간절한 비 소식도 1주일 내 기상 예보에는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2000년 4월 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5개 지역에서 난 산불은 8일간 이어졌고,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 강릉, 인제에서 난 산불은 3일간 이어졌다.

화재 원인을 두고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강릉과 동해 지역에서 이어진 산불은 60대 남성이 토치로 낸 불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고, 해당 남성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누군가 토치 등으로 불을 내고 있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주민들이 수년간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울진에서 삼척으로 번져 나간 불은 담뱃불 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불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선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시작돼 산 위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산림 당국은 발화 시간대에 해당 지점을 지나간 차량 등을 파악 중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후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주민들을 만나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등 사유 시설은 복구비의 70%, 공공 시설은 복구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하며, 지방세 등의 납부도 유예할 수 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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