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주민 굴복·도시를 폐허로’ 러, 민간인 무차별 공격에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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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역에서 피란민들이 리비우행 기차를 타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중에 어른 등에 타 있는 한 어린이가 울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이 거세지고 있고, 심지어 인도주의 통로에까지 지뢰를 깔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린 우크라인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도 속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외곽도시 이르핀에서 목격된 민간인 고통을 전했다. BBC는 이들이 도시의 멸망을 목격한다고 느껴 공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르핀 주민 발렌티나는 “모든 게 폭격받는다”며 “불빛도, 전기도, 가스도, 인터넷도 없이 사람들이 지하실에 앉아 있다”고 말했다.

“군 상대 아닌 보이는 대로 싸움”
체첸·시리아 등서 사용한 전술
우크라 도시, 전기·수도 등 끊겨
젤렌스키 “인도주의 통로에 지뢰”

주민 안드레이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택까지 폭격한다”며 “그들은 군과 싸우는 게 아니라 아무나 보이면 싸운다”고 상황을 전했다. BBC는 이르핀에서 총성 속에 우크라이나 군인이 비명을 지르는 어린 소년의 손을 잡아끌고 피하는 등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침공 12일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무차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부에서는 수도 키이우 진입을 위해 서북부에 병력을 집결하고 이르핀, 호스토멜, 부차, 보르젤 등 외곽도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남부 해안에서는 헤르손, 멜리토폴을 장악하고 마리우폴을 포위한 뒤 미콜라이우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폭격 때문에 생긴 건물 잔해와 같은 장애물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 넘어져 다치거나 기진맥진해 길에 누운 이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심해지는 민간인 대상 공격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게시한 동영상에서 “인도주의 통로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러시아의 탱크, 다연장 로켓포, 지뢰가 그 자리에서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에 포위 당한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로 채택된 도로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깔았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군은 피란민이 탑승할 예정이던 버스 여러 대를 파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러시아 침략자들이 우리 지역 민간인들을 쐈다”며 “포탄, 지뢰 때문에 눈앞에서 어린이 2명, 성인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BBC는 러시아군이 체첸, 시리아에서 사용한 무차별 공격 전술을 꺼내 든다고 의심했다. 주민을 공포로 굴복시키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식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점령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긴급 구호나 인도주의적 정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며칠 내 우크라이나인 수천 명이 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의약품, 생필품이 없고 난방, 수도공급 체계도 무너졌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간청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준비한 우크라이나 침공군의 100%가 이미 배치됐다"면서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한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비밀보고서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FSB 내부 고발자는 "러시아는 출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승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고 패배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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