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에 더 긴장했지만, 미래 희망 찾아 나선 투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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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투·개표 현장 이모저모

20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9일 부산·울산·경남 지역 투표소에서는 포근한 날씨 속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부울경 유권자들은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통령, 서민의 편에 서는 대통령을 염원했다. 이날 개표는 엄격한 방역 조치 속에 진행됐으며, 투표와 개표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명동 투표소 천장 카메라 소동
초량선 사무원 확진에 긴급 방역
일부 개표소 분류기 속도 논란도
서민 편 드는 대통령 염원 목소리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9일 오전 7시 30분께 부산 수영구 광안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덕애(86·여) 씨는 “나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투표를 한 강민규(85) 씨는 “자식 세대가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앞선다.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영구 광안초등학교에 설치된 광안2동 제4투표소에서 만난 회사원 김성호(56) 씨는 “공정한 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상구 삼락동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중소기업 대표 정 모(70) 씨는 “기업인들이 제대로 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경기 부양에 힘써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2030 청년들도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대학생 문정민(23) 씨는 “지방과 서울 사이 격차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학생 전민성(25) 씨는 “주거와 일자리 등 청년들의 삶에 신경 쓰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투표일에도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소동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10분께 북구 화명1동 제4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이 투표소 천장에 뚫린 구멍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 아니냐고 항의해 선거사무원과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6시 20분께 부산진구 부암1동 제3투표소에서는 50대 여성 A 씨가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선거관리원에게 적발됐다. 오전 6시 55분 해운대구 좌3동 제2투표소에서는 60대 여성 B 씨가 휴대폰으로 투표용지를 촬영하려다 선거관리원에게 제지당했다. 오전 7시 4분 강서구 명지2동 제3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기표를 하는 기표구가 연하게 찍힌다고 항의해 선관위 측이 이를 급히 교체했다.

동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투표 업무가 2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동구 초량동 장기려기념 더나눔센터 1층에 마련된 초량2동 제2투표소에서 근무하던 선거사무원 C 씨가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 확진 안내 문자를 받았다. 경남과 울산에서도 투표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비와 소란이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제9투표소에 D 씨가 기표구가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선거사무원에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했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11시 55분 북구 한 투표소에서 E 씨가 투표용지를 찢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E 씨는 기표소에서 여러 후보에게 기표한 후 유효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고, 선거사무원이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하자 기표한 용지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한 방역 상황 속 개표 현장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9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 동래구 사직동 부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개표소에서는 개표에 앞서 방역 지침 안내 방송이 울렸다. 지난해 4·7 보궐선거 개표와 마찬가지로 개표소 내 취식은 금지됐다. 개표사무원들은 모두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개표에 임했다. 몇몇 개표사무원은 수백 명이 모이는 개표 현장을 의식한 탓인지 얼굴 전체를 가리는 ‘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기도 했다.

오후 8시께 삼엄한 경비 아래 봉인된 투표함이 배송됐다. 개표소 입구에 투표함 배송용 승합차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동래구 온천제2동 투표소에서부터 투표함을 배송한 신미진(28·동래구) 씨는 “개표참관인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 선거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며 “확진자 투표가 끝나자마자 바로 투표함을 들고 경찰과 함께 개표소로 왔다”고 말했다. 투표함이 개표소 내 투표함 적치장소로 옮겨지자 각 정당에서 추천한 개표참관인들은 봉인지에 적힌 이름이 서류와 일치하는지, 봉인지를 뗀 흔적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봤다.

개표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관람하러 온 이들이 봉인지 확인 과정을 문제 삼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투표참관인이 투표지 분류기 속도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는 등 소란도 있었다. 해운대구 개표소인 벡스코 컨벤션홀에서는 오후 9시 30분께 개표참관인이 “투표지 분류기 속도가 너무 빨라 참관인들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니 속도를 늦춰 달라”고 선거사무원에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항의를 받은 해운대구 선거사무원은 “기계 자체에 설정된 속도라 바꿀 수 없다”고 답했다. 한 표라도 오차를 내지 않기 위해 개표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오후 10시 7분 동래구 개표소에서는 후보별 득표수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심사집계부에서 실제 표수와 개표상황표에 적힌 표수가 한 표 차이가 나자 후보별 득표수를 다시 세기도 했다. 한 군소정당 후보를 뽑은 투표지 한 장이 누락돼 개표상황표에 0표로 표시됐던 것으로 확인돼 오차는 정정됐다.

사회부·지역사회부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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