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책임론에 정책 이견까지… ‘윤호중 비대위’ 격랑 속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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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비대위 공식 일정 시작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닻을 올렸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당 수습과 쇄신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비대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당 정비 작업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불꽃’ 출신 활동가 박지현 씨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비대위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윤 위원장은 “국민의 과녁이 되겠다. 고치고 바꾸고 비판받을 모든 화살을 쏘아 달라”며 “처절한 자기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뿌리부터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도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할 게 아니라 5년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47.8%의 지지에 안도할 게 아니라 패배 원인을 찾고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성 비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여성·청년 공천 확대, 온정주의 타파 등을 쇄신 방향으로 천명했다.

“사퇴해야 할 사람이 맡아서야”
김두관·김용민·노웅래 등 비판
여가부 폐지 두고도 딴 목소리
지방선거 공천 갈등 커질 수도


일성으로 비장한 각오를 밝혔지만, 당내 일부에선 윤 위원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이 없지 않은 지도부 일원이라는 점에서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위원장 역시 중책을 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대위는)중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임기도 사실상 중앙위에서 결정한다”며 “민심과 당심을 떠나면 비대위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선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4선 중진이자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의원도 라디오에서 “최고위원회에서 (윤 비대위원장 체제를)결정했는데 우리 당이 가진 진영정치·패권정치의 합작물”이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도 “사퇴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윤호중 의원이 그 자리(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데 앞장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파열음’이 6·1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두고 더 도드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대위원 중 선거 경험이 많고 당무를 잘 아는 사람은 윤 위원장과 조응천 의원 정도라는 평가도 있다.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비대위의 숙제다. 윤석열 정부와의 초반 관계 설정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72석의 거대 야당으로서 견제와 협치 사이에서 민심을 살피며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놓인 이슈가 만만치 않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여가부 폐지’ 문제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의견이 나온다. 박 공동위원장은 여가부 폐지 반대론자다. 안민석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서 “여가부 폐지를 민주당은 국민 이름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에 합류한 채이배 비대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부처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는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 정책 기능이 유지된다면 여가부를 확대 개편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대위는 일단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윤 공동위원장은 이날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해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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