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운전 차량에… 열다섯 살 중학생은 영영 귀가하지 못했다
부산 북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밤 늦게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학생이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무모한 음주 운전이 어린 목숨과 함께 한 가정의 행복까지 송두리째 앗아갔다며 울분을 토한다.
13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후 10시께 북구 구포동 한 마트 앞 도로에서 30대 운전자 A 씨가 몰던 차량이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학생 B(15) 군을 치었다. 사람이 차량 밑에 깔려 있다는 다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B 군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치료 도중 B 군은 결국 숨지고 말았다.
12일 밤 10시 구포동 마트 앞
30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져
학원 마치고 길 걸어가다 참변
음주측정 거부 가해자 현장 체포
경찰 “윤창호법으로 영장 신청”
인근 마트에 세워둔 자신의 SUV차량을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던 A 씨는 주차장 출구 차단기를 들이받은 뒤 그대로 내달려 주차된 승용차 1대를 들이받았다. 이어 A 씨의 차량은 길가로 걷고 있던 B 군을 그대로 치었다.
사고 당시 경찰은 A 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음주 측정에 불응하며 버텼다. 경찰은 A 씨가 만취 상태인 것으로 보고 음주운전 측정거부죄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3차례에 걸쳐 음주 측정을 요구했는데, 측정을 거부하면 더 강하게 처벌된다”며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지 못했어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트 직원인 A 씨는 퇴근 후 지인들과 근처 가게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를 몰고 귀가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지인과 함께 소주 3병가량을 마셨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오후 2시께 찾은 사고 현장에는 여전히 사고 당시의 안타까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A 씨의 차량이 들이받은 주차장 차단기는 일부 파손된 상태였다. 또 A 씨의 차량이 주차돼 있던 차량과 강하게 부딪친 탓에 피해 차량 뒤편 담벼락까지 무너져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소중한 생명이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미처 피어 보지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고한 어린 목숨을 앗아간 A 씨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구 주민 신 모(46) 씨는 “기본적인 인간의 상식으로 생각했을 때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사고를 당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주민 김 모 씨(53)는 “지금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등 음주운전과 관련해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음주운전 사고가 줄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면서 “강력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 줘야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특가법과 도로교통법을 말한다.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게 한 윤창호법(도로교통법)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창호법에 따라 보다 강화된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 수위는 계속 유효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음주운전 전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술에서 깬 이후 사건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조사가 완료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성·탁경륜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