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성 비위 근절 위해 사전 예방 정책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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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경 부산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장

“공직사회 내 성 비위 문제가 해결되려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부산시 고혜경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장은 성 비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 단장은 “성 비위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조직사회 내 개연성을 줄여나가는 사전 예방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이미 곪아있는 내부 조직문화로 인해 비슷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뿐 아니라 조직 노동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접수 상담·신고 100건 처리
성희롱 방지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
구·군 성범죄 사후 모니터링도 계획

고 단장은 20년 넘게 성범죄 피해자를 도왔다. 그는 1997년부터 성폭력상담소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에서 일하면서 여성폭력 피해자와 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고 단장은 “성폭력상담소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는데 당시 실무자가 그만둬 대신 일을 하게 된 게 지금까지 왔다”며 “상담소에서 일하면서 많은 여성이 직·간접적으로 성범죄 피해를 본 것을 깨달았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고 단장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면 전문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 단장은 2016년 경성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피해자를 상담했다. 이후 대학에서 젠더 교육과 심리를 가르치면서 활동가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2020년 7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이 생기자 고 단장은 피해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 체계를 세우기 위해 공직사회로 뛰어들었다.

고 단장이 영입되면서 부산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이 정비됐다. 외부 조사자들을 충원해 추진단을 꾸렸고 신고 시스템을 강화했다. 성범죄 실태조사부터 찾아가는 성범죄 예방 교육까지 내부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추진단 출범 당시 안팎으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내부에선 성 비위 사건이 자주 발생하진 않을 것이니 추진단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 단장은 “추진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범죄 예방 교육과 홍보만 담당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막상 신고가 많이 들어오니 추진단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지난해 추진단에 접수된 성 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신고 건수는 100건 가까이 된다.

지난해 접수 건수만 해도 이렇다 보니 추진단은 출범 이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추진단 인원은 추진단장 1명, 조사담당자 3명, 일반직 공무원 3명 총 7명이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상담은 사건 처리가 종료돼도 피해자의 치유를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이어가야 한다. 고 단장은 “상담 신청은 늘어나는데 상담 인력이 부족하면, 상담이나 조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기 위해선 추진단에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올해 조직문화 개선과 성범죄 사전 예방 정책들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위직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 횟수를 늘리고 성희롱 방지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도 강화한다. 추진단은 구·군을 중심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개선하고 사후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고 단장은 “사회 곳곳에 예방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 피해자가 사건 이후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직사회가 먼저 모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림·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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