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활주로만 제시… ‘2029년 개항’ 검토조차 없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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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엉터리 사타]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 문제점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국회의원들이 2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덕신공항 관련 부울경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국회의원들이 2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덕신공항 관련 부울경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오랜 시간 가덕신공항 건설에 극력 반대하며 지역민의 공항 이용 편의를 외면해오던 국토교통부가 이번에는 13년 후 가덕신공항 완공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나오면서 ‘숨은 의도’에 대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국토부는 활주로를 해상에 건설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제시할 뿐, 2030부산월드엑스포 전에 개항을 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줄이는 내용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사타를 통해 공기를 길게 잡으면서 교통분야 평가 점수가 높은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부울경 지역민의 기대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현실적으로 지역민이 코로나 이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김해공항을 상당기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여객·화물 수요 ‘최소 수준’ 잡아

동서해상활주로 건설 대안 제시

2030부산엑스포 전 개항 위해

공사 기간 단축 검토조차 없어

“인천공항 확장 예산 배분 위해

가덕신공항 공사 연장 꼼수 둬”


■유발수요 인정하지 않아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면서 여객과 화물 수요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잡았다. 2065년 기준 국제선 여객 2336만 명, 화물은 28만 6000t을 제시했는데 이는 부산시가 제시한 여객 4604만 명, 화물 63만t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지침에 따라 했다는 설명이다. 여객은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를 적용해 계산하고 화물은 유발수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유발수요란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이 생김으로써 타 공항으로 갈 수 있는 화물을 유치하고 아마존 DHL 등 글로벌 물류업체를 들여올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인근에 부산신항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유발수요는 충분히 가능한데도 국토부는 이를 무시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활주로 위치에 따라 모두 5개의 안을 검토했다. 이는 사업비·공기와 직접 관련이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런데 남북방향으로 가덕도에 걸쳐 활주로를 만드는 A~C안은 소음피해가 발생해 24시간 운영이 곤란하다고 봤다. 또 김해공항의 관제권을 침범하고 군 비행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에 동서방향 활주로 2개 중 E안이 최적이라고 선정했다. E안은 D안(가덕도에 활주로를 걸치는 안)과 사업비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부등침하를 막을 수 있고 선박수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럴 경우, 총 사업비는 13조 7000억 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해양매립에 6조 60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공사기간이다. 기본계획과 설계 등을 뺀 순수 공사기간이 9년 8개월이다. 장애물 제거와 해양 매립토 확보를 위한 산지 절취 물량이 많아 공사기간에 큰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조기 개항 검토 없어

활주로와 계류장이 완전히 바다 위로 가게 된 이유는 소음피해가 적고 비행간섭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A~C안은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산신항에 오가며 이착륙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D·E안 역시 선박 정박지를 이전하거나 선박수로를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 평가를 열어 E안을 최적대안으로 선정했다. 현재 HMM 초대형 컨선은 1주일에 1번 부산에 온다. 앞으로 초대형 컨선이 늘어난다 해도 늘 들락거리는 수준이 아니다. 관제탑에서 충분히 관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부울경 주민들은 김해공항이 매우 복잡하고 중장거리 노선도 부족해 가덕신공항 조기개항을 염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타에서는 조기개항에 대한 검토는 전혀 없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안전’만을 내세웠다. 현실적으로 활주로를 바다 쪽으로 멀리 빼면 간섭이 적어지는 것은 상식적이다. 사타에서는 빠른 공사가 가능하면서 안전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을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전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할 때 산봉우리 3개를 절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당시 국토부는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항공학적 검토는 이착륙 진입로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줄이지 않더라도 항공기 운항기술로 안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적 검토를 말한다.

국토부가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기준을 적용하면서 이번 사타 결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국토부가 인천공항 확장에 예산을 배분하고 항공화물 물량을 몰아주기 위해 가덕신공항 공기를 연장하려고 완전 해상공항이라는 꼼수를 뒀다고 비난한다.

한편, 사전타당성 조사란 국책사업을 할 때 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전에 전문기관이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을 말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용대수익(B/C) 등을 산출하기 위해 검증·평가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또 사업 적정성 검토는 사전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기획재정부가 평가하는 절차를 말한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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