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숨비] 산호 많아 용궁 같던 남천동 바다는 해녀들 기억으로만 남았다
도심 어촌 해녀 덮친 개발의 파도
부산 해녀는 도심에서 물질을 한다. 제주도 등 다른 지역 해녀보다 ‘개발’에 민감했다. 그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더라도 일터가 줄어드는 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부산은 많은 해안이 ‘매립’됐다. 해녀들이 물질하던 바다가 육지가 됐다. 1984년 매립된 부산 수영구 민락횟집촌과 주변 아파트 부지가 대표적이다. 남천동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남천만 자리는 1982년 부산도시가스(현 메가마트)를 시작으로 대연 비치, 남천 뉴비치 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섰다.
바다 전망 선호, 해안마다 아파트
송도·영도도 개발 붐에 일터 줄어
수영구 바다 일대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수중 바위군이 넓게 형성된 곳이었다. 미역, 톳, 우뭇가사리 등이 풍부한 데다 이를 먹이로 삼는 해산물도 풍부했다. 박귀한 남천어촌계장은 “군소, 소라, 곰피, 문어, 전복 등 남천동 일대는 해산물이 많았는데 예전만큼 좋은 물건은 안 잡힌다”고 말했다. 수영문화원이 발간한 ‘부산 수영구 도시어부의 삶과 일상’에는 매립 전 남천동, 민락동 바다를 ‘산호가 많아 마치 용궁에 들어간 것 같았다’고 비유한 기록도 있다.
2000년대에도 부산 해안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2003년에는 해운대구와 남구를 잇는 광안대교가 개통했고, 2005년에는 용호만 공유수면 매립 등이 이뤄졌다. 남천어촌계 강순희(75) 해녀는 “처음에는 광안대교 교각에 멍게가 많이 붙은 적도 있었는데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전 용당어촌계 소속 이순자(75) 해녀는 “지금은 매립된 용당동 바다에서 물질을 하거나 주변에 좌판을 깔고 팔기도 했다”고 밝혔다.
해녀들에게 미치는 개발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서구 송도 앞바다도 상대적으로 뒤늦게 개발의 영향을 받았다. 케이블카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해수욕장 해변에는 새로운 호텔 등이 들어섰다. ‘오션 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초고층 아파트도 인근에 건립됐다.
김민철 암남해변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깨끗한 송도 바다에는 멍게도 많았는데 주변이 많이 개발되면서 자취를 감췄다”며 “오히려 환경이 좋지 않아도 잘 자라는 성게가 늘었다”고 말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에도 해변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중이다. 동삼어촌계 이정옥(67) 해녀는 “바다에도 햇빛이 잘 들어야 해조류가 많이 자라는데 높은 건물로 그늘이 지다 보니 바다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고 말했다.
장병진·이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