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폭발사고 현장…“원청 안전관리자도·대피 공간도 없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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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 “가스 누출 막을 권한 하청노동자에게 없어”
“에쓰오일 주장과 달리 시운전 중 밸브 작동 안 해”…“책임자 엄중 처벌해야” 촉구


10명의 사상자를 낸 에쓰오일 폭발·화재와 관련해 21개 울산지역 사회, 노동단체, 정당 등이 참여한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가 24일 회견을 열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 제공 10명의 사상자를 낸 에쓰오일 폭발·화재와 관련해 21개 울산지역 사회, 노동단체, 정당 등이 참여한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가 24일 회견을 열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 제공

중대재해 없는 울산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에쓰오일 폭발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특히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에쓰오일은 시운전 중 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했으나, 현장 작업자들은 시운전 중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밸브 정비작업을 하다가 가스가 누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 측은 사고 현장과 연결된 탱크에 가스가 유입되면서 탱크 내부 압력이 높아져 자동으로 가스가 역류됐을 가능성과, 원·하청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컨트롤룸에서 가스 공급장치를 가동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투입된 하청업체는 에쓰오일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아폴로’다.

에쓰오일은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알킬레이션(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작업) 공정의 부탄 컴프레셔 밸브 고착 해소를 위한 정비작업을 아폴로에 요구했다. 이날 오후 8시 들어 원청 4명과 하청 6명이 현장에 들어갔다.

작업자들이 가스 측정기로 잔여 가스를 확인하며 볼트를 풀던 중 갑자기 가스감지가 울렸고, 가스 새는 소리가 심해지더니 약 20~30초 후 폭발이 발생했다.

결국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1명은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6층에서 추락해 1층에서 발견됐고, 중상자 4명은 전신에 화상을 당했다.

이 단체는 “위험 작업인데도 현장에는 원청 에쓰오일의 작업관리자도 없었고, 작업자들이 위험 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잔류가스 배출이나 작업 중 가스 누출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하청 노동자에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에쓰오일이 최저낙찰제로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하청업체는 이윤을 짜내려고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공기를 단축하는 등 노동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게 됐다”면서 “에쓰오일과 아폴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족과 가족, 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고 대표이사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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