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뒷전 ‘의혹 공방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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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왼쪽)·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가 25일 부산 수영구 KBS부산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양자대결을 치르는 김석준·하윤수 후보의 법정 TV토론회가 정책 대결이 아닌 도덕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만 확대 재생산하는 설전으로 마무리됐다.

부산교육감 후보 방송 토론회
김석준, 하 후보 딸 ‘아빠 찬스’ 의혹 맹공
하윤수 ‘스마트 기기 입찰 실책’ 등 응수

부산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11시부터 90분 동안 KBS부산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그동안 상대 후보에게 제기됐던 의혹들을 다시금 쏟아내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며 하 후보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하 후보가 부산교대 총장이던 2014년 딸이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일을 놓고 김 후보는 ‘일반고 내신 3등급임에도 면접 점수를 잘 받아 합격권에 들었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서류전형 심사위원 3명 중 교대 입학사정관 2명이 포함되는 등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 후보는 “부산교대는 총장 자녀가 입학할 때 (관여할 수 없는)‘회피제도’가 있으며, 교육부와 감사원·검찰청에서 철저히 조사했고 면접관들도 검찰 조사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계속 문제를 삼으니, 법정에서 다퉈 보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하 후보는 지난해 6월 김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조국 응원’ 글을 지적하며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물을 자격이 되냐”고 역공을 펼쳤다. 하 후보는 ‘뚜벅뚜벅 헤쳐나가는 그의 한걸음 한걸음을 응원한다’는 글귀를 언급하며 “(조국 사태는)그야말로 국민의 공분을 산, 입시비리의 전형인데 이를 옹호하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후보는 “책을 읽고 격려 차원에서 독후감 몇 줄을 쓴 게 전부이며, 입시비리나 아빠 찬스에 대해서는 비판해 왔다”며 “교육수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어 글을 삭제했다”고 답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부산교대 총장 시절 아내 부탁으로 특정 업체에 학교의 인쇄·출판 물량 3분의 1을 몰아줬다는 언론보도를 김 후보가 거론하자, 하 후보는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국세청 세무조사를 철저히 받았고, 검찰에서도 ‘혐의 없음’으로 각하 처리됐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역으로 하 후보는 지난해 부산시교육청이 스마트교실 개선 사업을 하면서 중소기업 입찰이 불가능하도록 해 A·B 두 업체가 300억 원씩 계약을 나눠 가진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후보는 “스마트기기 도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중소기업 제품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김 후보는 음주운전 전과, 골프 출장 의혹, 군 면제 판정 의혹, 코로나19 확진 사실 은폐 의혹, 학력 허위기재 등을 언급하며 하 후보를 몰아세웠다. 하 후보도 제자 성추행 의혹, 진보정당 활동 이력, 국가보안법 위반 교사들 특채와 ‘무자격 교장공모제’ 대다수 전교조 출신 채용, 공시생 극단적 선택 사건 부실 대응 등을 놓고 김 후보를 공격했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하 후보는 “23년 전 일이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반면, 김 후보는 제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 “34년 전 일이라고 하는데, 명백한 ‘가짜미투’”라며 선을 그었다.

군 면제에 대해 하 후보는 “처음 2급 판정을 받은 뒤 대학원생 시절 3급을 받아 훈련소에 입소했다가 무릎 관련 질환이 발견돼 퇴소당했다”고 설명했고, 김 후보는 극단적 선택을 한 공시생 사건과 관련해 “문상을 가서 사과도 드렸지만, 100번이고 더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상대의 도덕성과 자질을 깎아내리는 데 몰두하면서 주도권 토론이 길어지자, 준비된 정책 관련 4가지 공통질문 중 마지막 1개는 생략된 채 토론회가 마무리됐다.

이대진 기자 djr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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