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권력’까지 업은 윤 정부, 국정 운영 탄력 받는다
지선 이후 정국 전망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84일 만에 치러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의 악조건 속에서 당분간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은 당초 광역자치단체장 기준으로 과반인 9곳 승리를 1차 목표로 삼았는데, 접전지로 분류되는 경기, 충청권에서도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무실 이전 등 공감대 확보해
국민 평가 나쁘지 않았다는 판단
대권 이어 지방까지 잃은 민주
심각한 책임론·진영싸움 예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대형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당하다가 지난 대선에 이어 연승 가도를 달리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기준으로 22일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 초 추진했던 현안들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많은 논란 속에 밀어붙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여당 의원 대대적 참석,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등 주요 현안에서 국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강한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국정과제 추진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경기도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승리함으로서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출구조사와 초반 개표 결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는데 대해 “아직 결과가 완전히 나온 것은 아니다”며 공식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 선거결과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가져올 긍정적 요소들이 적지 않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세심한 분석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지방 권력 구도의 변화를 넘어 국회 내에서의 대치 정국과 각 당의 권력 지형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의 수적 열세를 딛고 원(院) 구성 협상 등에서 더욱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번에 대통령을 교체한 것은 정권교체의 절반만 완성된 것이다. 정권교체의 마지막 완성은 지방 권력의 교체”라고 강조했다.
원내에서는 아직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수적으로 밀리지만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공세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최대 현안인 원 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등 핵심 쟁점을 놓고 민주당을 몰아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견제론’을 통해 지난 대선의 패배를 설욕하고 차기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5곳 이상의 승리를 ‘선방’의 기준으로 잡았는데 호남권과 제주에서만 가까스로 생존하는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도 주목된다. 일단 지도부 총사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상황에서 또다시 패배했기 때문에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친이재명 그룹, 86그룹 등이 당권을 두고 사투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그가 지휘한 전국 선거가 참패했기 때문에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전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전대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 같은 선거결과 때문에 오히려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재명 전 지사가 전당대회에 나온다고 해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되므로 당권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 이 전 지사가 조금은 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