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묻히고 싶다” … 캐나다 6·25 참전용사 부산서 잠든다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캐나다 참전용사의 유해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 본국으로 돌아갔다 생을 마감한 참전용사의 유엔기념공원 사후 안장이 2015년부터 가능해진 이후 14번째다.
국가보훈처는 20일 오후 6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6·25 전쟁에 참전한 존 로버트 코미어 캐나다 참전용사의 유해 봉환식을 거행했다. ‘여기서부터 대한민국이 모시겠습니다’는 주제로 열린 유해 봉환식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진행됐다.
존 로버트 코미어 유해 20일 봉환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21일 안장
19세 때 부산 도착 1년간 전투
귀국 후 우체국 근무, 지난해 별세
프랑스 용사 이어 14번째 사후 안장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5시 10분께 고인의 조카 미쉘 코미어 씨 등 유족 6명과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박 처장은 오후 6시께 유족 대표를 입국장에서 만나 유골함을 건네받았다. 이어 봉송차량까지 고인의 유골함을 모셨다.
고 코미어 참전용사는 21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으로 옮겨져 참전용사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주관하는 안장식은 21일 오후 1시 30분께 유족, 주한 미해군사령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다.
고 코미어 참전용사는 1952년 4월 당시 19세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1951년 왕립 제22연대에 입대한 고인은 이듬해 부산에 도착해 1953년 4월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
그는 1952년 10월께 경기도 연천군 고왕산 355 고지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부상하기도 했다.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에 따르면 1952년 10월 16~19일 중공군 포격이 있었고, 이 여파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고 코미어 참전용사는 후송됐다가 2주간 회복을 거쳐 전장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생을 마감한 고인은 생전 우체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캐나다 퇴역 군인 요양원에서 25년 동안 생활했다. 고인은 생을 마감하기 전 뇌졸중을 앓아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음에도, 동생 클라우드 코미어 씨를 통해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사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25일 고인의 동생은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장을 신청했다. 이어 12월 24일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유해 봉환과 사후 안장까지 성사됐다.
이번 안장은 2015년 5월 레몽 베르나르 프랑스 참전용사가 처음으로 사후 안장된 이후 14번째다. 이전까지는 전사자 유해만 안장됐지만, 2015년 참전용사 사후 안장이 가능해져 70여 년 전 한국의 기억을 찾아와 영면에 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 코미어 참전용사의 안장으로 유엔기념공원에는 총 11개국 2315명의 6·25 전쟁 참전용사가 잠들게 됐다.
박 처장은 “72년 전 발발한 6·25 전쟁에서 우리 국군과 함께 위기의 나라 대한민국을 지킨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감사와 예우는 당연한 도리”라며 “우리 정부는 참전용사에 대한 사후 안장은 물론 참전용사 후손 평화캠프를 비롯한 참전국 후손 장학사업, 재방한 초청과 현지 감사·위로 행사 등 국제보훈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