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크고 작고
문화부 부장
크다는 것은 뭘까? 크기가 작다고 진짜 작은 걸까? 늑대, 고양이, 토끼가 크고 작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공주니어)는 관계의 시작을 보여준다. 프랑스 올리비에 탈레크·나딘 브룅코슴 작가의 그림책이다. 언덕 위 나무 아래 혼자 사는 큰 늑대 앞에 작은 늑대가 등장한다. 그냥 “안녕” 인사하면 될 텐데 서로 곁눈질만 한다. 큰 늑대는 작은 늑대가 신경이 쓰인다. 나뭇잎 이불의 끝을 내어주고, 열매를 슬쩍 건넸다. 새 존재가 좀 익숙해졌다 싶을 때 작은 늑대가 사라졌다. 저녁도 굶고 잠도 자지 않으며 큰 늑대는 ‘나보다 작았던 늑대’를 기다린다. 둘은 다시 만났을까?
마음속에 자리를 잡으면 작은 것도 더 이상 작지 않다. (시공주니어)를 그린 엘리샤 쿠퍼는 실제 ‘냥집사’다. 혼자 살던 고양이 앞에 새끼 고양이가 나타났다. 고양이는 아직 작은 고양이에게 어떻게 먹고 마시고 놀고 쉬는지를 보여줬다. 둘은 늘 함께했다. 시간이 흘러 큰 고양이는 멀리 떠났다. 슬픔에 빠진 작은 고양이 앞에 다시 새 고양이가 나타난다. 작은 고양이는 이제 큰 고양이가 되어 새로 들어온 작은 고양이를 가르친다. 작은 존재가 자라 다른 작은 존재를 돌보는 큰 존재가 되는 일. 순환되는 돌봄과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따뜻하다.
이올림 작가의 (한울림어린이·그림) 속 토끼들은 단짝 친구다. 작은 토끼는 “새로 생긴 당근 가게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큰 토끼는 겁부터 난다. 가게에 가려면 넓은 들판, 깊은 강, 어두운 숲길을 지나야 한다. 작은 토끼 혼자 길을 나서고, 큰 토끼는 작은 토끼를 찾아 나선다. 눈에 힘을 주고 걸으니 사나운 동물이 피해 간다. 강은 생각만큼 깊지 않다. 무서운 숲길에서 드디어 작은 토끼를 만났다. 둘이 함께하니 어둠도 무섭지 않다. 큰 토끼와 작은 토끼는 ‘크지만 소심한 친구’와 ‘작지만 용감한 친구’ 이야기이다. 동시에 우리 마음속의 큰 토끼와 작은 토끼를 보는 듯하다. 크다고 다 크고, 작다고 다 작은 것은 아니다. ‘큰 ○○ 작은 ○○’ 마음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빈칸에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써넣어보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