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2030엑스포 유치전, 마지막에 누가 웃나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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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한국, 중국, 일본의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전문가와 대학생 등이 참가하는 ‘2022 부산 공공외교 포럼’이 6월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부산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한국, 중국, 일본의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전문가와 대학생 등이 참가하는 ‘2022 부산 공공외교 포럼’이 6월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부산에서 열렸다. 이재찬 기자 chan@

손흥민 선수가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경기’를 묻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을 꼽았다. 당시 2전 전패로 조 최하위인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맞아 2-0 승리를 거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두 번째 골로 승리를 확정 지은 손흥민은 “(독일에서 겪은) 인종차별을 복수해 줬다”고 밝혔다. ‘카잔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날 승리는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여러 차별 속에 한참 뒤처지던 거북이의 회심의 역습이었던 셈이다.

“정정당당해야 할 운동장에서도 차별은 존재한다”는 아버지 손웅정 씨의 말처럼 페어플레이가 강조되는 스포츠라고 해서 늘 공정한 것만은 아니다. 오죽하면 축구 경기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는 토끼의 방심과 거북이의 노력을 비교해 교훈을 주지만 거북이가 진정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다면 토끼를 깨워 함께 가야 하지 않느냐는 데로까지 진화 발전하기도 했다.


현재 판세 ‘뛰는 리야드, 기는 부산’

한국 잇단 선거로 뒤늦게 출발

앞으로 1년은 엑스포 대장정

시작인 만큼 비관·낙관 모두 금물

신공항 조기 개항 등에 한목소리

부산 중심으로 유치 열기 모아야


‘차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유난히 오버랩되고 있는 게 최근 불붙고 있는 2030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전이다. 부산의 한국과 리야드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연말 개최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뛰는 리야드, 기는 부산’으로 요약된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사우디가 토끼처럼 앞서 질주하고 있다면 부산은 뒤늦게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추격하는 양상이다.

6월 21일 국제박람회기구(BIE) 파리 총회에서 열린 2차 프레젠테이션(PT)에서 이탈리아와 사우디에 이어 마지막 주자로 나선 한국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인상 깊은 발표를 선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정부도 “현시점에서 리야드가 앞서 있다”고 했고, 〈부산일보〉의 사우디 언론 분석 결과도 리야드가 BIE 170개 회원국 가운데 70여 개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예측불허다. 내년 연말 개최지 결정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길고도 험한 엑스포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국제관계의 불문율처럼 한국과 사우디의 외교 지형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결승선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다. 그것도 페어플레이로 상대의 마음마저 얻는 진정한 승부여야 한다.

먼저 비관도, 낙관도 금물이다. 한국은 사우디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다. 전제군주제 국가인 사우디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왕족을 앞세워 지지국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한국은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제야 출발선에 섰고, 내년 연말까지는 선거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지국 숫자에도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지지 선언이라는 게 외교적 수사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나라 밖보다는 내부의 장애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1국 1표의 비밀투표에 나서는 170개 회원국을 설득하려면 한국의 부산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엑스포를 통해 무엇을 보여 주려 하는지, 국가와 국민의 유치 열의는 어떠한지 웅변해야 한다.

이용객의 편의를 돕는 충분한 기반 시설은 그런 열의를 재는 바로미터다.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공항으로 손꼽히는 상황에서 가덕신공항의 2029년 조기 개항은 당연지사다. 지금은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놓고 부산시와 국토교통부가 한가하게 딴소리나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그다음으로는 부산이 엑스포 유치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엑스포에 관한 전국적 관심이 기대 이하인 것은 마냥 다른 지역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그럴수록 부산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유치 열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여기에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가덕신공항 추진 때처럼 엑스포 유치에도 부산 정치권 모두가 여야 없이 나서야 한다. 실패 땐 국정이나 시정을 맡은 집권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산의 시민사회도 엑스포 유치가 지역은 물론이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길이라는 소명 아래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엑스포 유치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시민들이 함께 찾고 같이 문을 두드릴 때 엑스포로 가는 길은 마침내 열린다. 8일 2030엑스포 유치를 총괄할 민관합동기구인 ‘부산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가 신설돼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듯, 유치전은 이제 시작이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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