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칼럼이란 무엇인가?
임영호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신문에서 칼럼은 인기 있는 읽을거리다. 신문사 경영 측면에서도 칼럼은 열성 독자들을 계속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독자는 특히 자신이 공감하는 주장일 경우 필자의 예리한 현실 해석과 절묘한 표현에 열광한다. 그렇지만 요즘 칼럼은 현실을 보는 안목을 넓혀 주는 본래 기능보다는 정파적 시각을 강화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문제점의 근원으로 변질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좋은 칼럼은 풍부한 사실 근거, 논리적 주장과 유려한 문장을 생명으로 한다. 의견기사이긴 하나 철저한 사실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칼럼 중에는 이 원칙에서 벗어난 글이 많다.
직업적인 이유로 〈뉴욕타임스〉를 오랫동안 구독하고 있다. 세계적인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칼럼과 성격이 너무나 판이한 글이 많았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거나 배경을 해설하는 글, 용어의 기원에 대한 설명 등 깊이는 있지만 한국 신문의 기준으로는 일반 기사에 가까운 글도 많았다. 글의 소재도 상당히 지엽적이었다. 예상과 달리 ‘삼국지’의 제갈공명처럼 시대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거창한 글이나 특히 도덕적 분개, 성토성 글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현실 안목 키워 주는 역할 필요한 글
다매체 시대 신문이 갖고 있는 장점
사회 갈등·분열 부추겨 문제점 대두
편향성과 정파성 탈피 노력 요구돼
반면 한국 신문의 칼럼은 독자를 훈육 대상으로 여기는 계몽시대에 머물고 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칼럼에서는 거창한 문제 제기와 시대 방향 진단, 도덕적 주장이 강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주장이 너무 앞서고 이를 뒷받침하는 취재가 빈약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독자가 보기에 필자의 결론에 동의하진 못하더라도 칼럼은 적어도 그 주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제를 둘러싼 이슈와 사실에 대한 풍부한 사전 취재가 필수적이다.
국내 신문 칼럼 중에서는 일화와 사례를 소재로 삼아서 쓴 글이 많다. 그러나 개인적 일화와 사례는 해석 여하에 따라 주장의 근거로 삼기에는 위험성이 크다. 사실과 일화는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 야구에서도 홈런을 많이 치는 장타자는 삼진도 잦은 선수일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서 어떤 측면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선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사회 현상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 성격을 띤다. 의견기사의 존재 이유는 독자에게 필자 개인의 생각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이처럼 현상의 복합적 성격을 깨닫게 하고 이해를 돕는 데 둬야 한다. 그래서 칼럼에서는 필자의 주장 못지않게 글의 근거와 논리적 구조가 중요하다.
칼럼의 또 한 가지 문제는 필자 구성이다. 현재 주요 중앙 일간지만 보면 칼럼 집필자의 직업 중에서는 교수가 70% 내외에 이른다. 연구기관 전문가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훨씬 더 높다. 국내에서는 아직 교수를 제외하면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필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여건 탓일 것이다. 교수 필자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이유로 선택되었겠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한 주제도 많이 다루며, 신문사에서도 그렇게 권장한다.
영화감독 봉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인치의 자막이라는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영화의 세계가 열린다”고 했다. 이와 달리 전문가는 전문 분야에서 1인치만 벗어나도 문외한으로 자칫 독자를 무지와 독선의 세계로 인도하기 십상이다. 필자의 명성이 안목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름이 좀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분야를 넘어 개인의 편향적 시각을 펴는 장으로 칼럼을 활용하는 사례는 무수하게 보았다. 자신의 의견과 일치한다고 느끼는 독자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겠지만, 시각이 다른 사람을 납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편향된 칼럼에 대한 박수 소리가 높아갈수록 신문의 신뢰성은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다.
칼럼의 편향성이나 전문성 부족은 필자층의 문제이면서 신문사 자체 문제와도 직결된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일간지 칼럼에서 필자의 시각은 대개 신문 논조와 거의 일치한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제한된 칼럼 집필자 선택과 집필 방향에 제약이 가해져 더 풍부한 내용을 지면에 담기 어렵다. 필자 선택에서 편향성이 작용하고 집필에서도 자연스레 자기검열이 작동한다. 신문사에서 아예 특정한 주장을 더 선명하고 강하게 부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글 재주는 있되 신뢰성은 낮은 정파적 필자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칼럼은 지금처럼 뉴스 매체가 넘쳐나는 환경에서도 신문만이 갖춘 장점이다. 이처럼 훌륭한 잠재력을 소모적인 데 허비하지 않고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면 한다. 그래야만 신문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지금 같은 사회 분열과 갈등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