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지속적 괴롭힘이 딸 극단 선택 초래… 처벌해 달라”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지역 한 고교생이 지난 2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교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비극적인 상황을 불러왔다고 주장하며 고발장을 제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생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에선 ‘내가 죽어서도 해당 교사는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관련 교사들은 교내에서 통상적인 지도를 했을 뿐 괴롭힘이나 학대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부산경찰청은 여고생 A(17) 양을 장기간 괴롭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고발된 부산지역 모 중학교 교사 B ·C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유족이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부산 모 고교에 다니던 A 양은 지난 2월 22일 동래구 한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이 주장하는 비극의 시작은 2019년 3월 A 양이 중학교 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유가족은 A 양이 중학교 시절 내내 학업성적이 전교 1등을 기록할 정도의 우수생이었는데, 학생회장 당선 이후 교사 B·C 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유족은 고발장에서 학생 생활 지도를 담당하던 교사 B 씨가 A 양을 포함한 이 학교 학생회 간부들을 자주 교무실 앞에 세워 놓고 ‘정신 차려라’는 식으로 크게 소리치고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회장인 A 양은 심하게 꾸중을 듣는 일이 많아 부모나 친구들에게 자신이 “조리돌림을 당하는 느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학교 학생회장 당선 이후

잦은 얼차려에 공개 망신

충격 심하게 받아 정신과 치료”

유족, 고발장 제출·1인 시위

해당 교사들 “정당한 학생 지도

유족 주장 전혀 사실 아니다”


2019년 6월 3일 교사 B 씨는 전날 학생회 간부 회의를 자신의 허락 없이 해산했다는 이유로 복도에서 학생회 간부들을 불러 큰소리로 꾸짖고 회의록을 찢어 A 양에게 던졌다고 유족은 주장한다. 이에 A 양은 학생회 간부들에게 미안하다고 자책하면서 화장실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이틀 뒤 A 양은 처음으로 집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 이날 이후 A 양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를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학교 측은 2019년 2학기부터 A 양을 위기관리 학생으로 지정했다. 유족은 “지정 이후에도 사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당장 교무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라'는 등의 지시로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고 반발했다.

A 양은 고교 진학 이후에도 학교를 거의 나가지 못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유가족은 이후 A 양의 극단적인 시도만 14번에 이른다고 밝혔다. A 양이 숨진 뒤 유가족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교사 B 씨는 내가 처음 자살 시도를 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죽어서도 B 씨는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발견했다. 유족은 최근 부산시교육청 동래교육지원청에도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7일부터 해당 중학교 앞에서 관련 교사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B 씨는 “3년 전 일이니까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지도의 일환이었을 것이고, 요즘 아동학대를 한다면 교단에 아예 설 수가 없다”면서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저의 지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이다”고 반박했다. C 씨는 "학부모가 학교에 직접 찾아와 만났는데 오히려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했으며 계속 자수를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A 양은 착하고 공부를 잘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유족이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 교장은 "B 교사가 A 양에게 학생회와 관련해 두 번 정도 지도했고, 당시에 목소리가 조금 컸던 점은 학생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교는 이후 학생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꾸준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