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75. 한국적 수묵의 단순하지만 응축된 정신, 송수남 ‘붓의 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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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남천(南天) 송수남(1938~2013)은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한국적 수묵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수묵화로 ‘한국적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를 역임한 송수남은 1975년 스웨덴 국립 동양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서양에서 한국의 현대 수묵화가 소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동경국제비엔날레, 국제현대수묵화전 등 단체전에 참여해 한국 수묵화를 세계에 알렸다. 대영박물관,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등에 송수남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송수남은 전통 산수화를 새롭게 해석해 현대적인 조형성을 추구하였으며,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수묵화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나갔다. 1970년대에는 전통적 화풍의 산수화를 그렸다. 1980년대부터 단순한 선과 감각적인 필체로 수묵이 지닌 조형미를 화폭에 드러내는 추상화를, 2004년 이후에는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추구했다.

송수남에게 수묵은 그림의 재료이자 정신이며, 형식이면서 동시에 내용이다. 여기서 내용은 단순한 소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는 동양화가 상업화·장식화 되는 것에 대한 반기로 1980년대 ‘현대 수묵화 운동’을 이끌어 나갔다. 이는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수묵화라는 형식을 통해 추구해보려는 하나의 시도였다.

1990년대부터 제작된 ‘붓의 놀림’ 연작은 힘 있는 붓질의 반복이 만들어낸 형상과 수묵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번짐으로 수묵화만의 묘미가 다채롭게 보여진다. 특히 이 작품은 서양의 액션 페인팅처럼 화가의 신체적 움직임과 힘 있는 붓질이 만들어내는 질서와 리듬, 긴장감과 기운이 거대한 화면 위에 채워져 있다. 한국적 수묵이 갖고 있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응축된 정신을 보여준다. 이 정신은 자연과 인간이 분리된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탐욕과 이기심이 아닌 현실과 관념을 초월한 인간의 영원성, 그리고 자연적 정신과 맞닿아 있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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