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원하는 ‘회사인간’ 아닌 ‘진짜 나’를 찾는 법
회사인간/장재용
오슬로 뭉크 미술관이 소장 중인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1915년 작품 ‘귀가하는 노동자들’. ‘회사인간’들의 비애가 전해진다. 스노우폭스북스 제공
‘삶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제일이다. 그러나 월급쟁이 금욕주의자는 스스로 잘라버린 욕망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욕망의 욕망까지 스스로 억압한다. 금욕, 그것은 가두어진 생활이다. 절제라 부르기도 하고 이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가끔씩 ‘내가 이 회사에 왜 다니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업무가 무의미하게 여겨지거나 번아웃 상태를 반복하는 경우라면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 〈회사인간〉은 회사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정작 나는 누구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월급쟁이들에게 해답을 제시한다.
무력감이 낳은 처세적 달인 ‘회사인간’
무의미한 업무·번아웃으로 고민 거듭
13세기 영국 농노 등 역사적 기원 추적
미래 꿈꾸며 현실을 극복해 나가야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회사인간의 미덕이다. 결과적으로 내게 주어진 일이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숱한 불만과 타오르는 정의감, 치밀어 오르는 모욕은 월급 앞에서 늘 작아졌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 가슴에 불화살을 당겨도 막상 그 기회가 찾아오면 슬그머니 발을 빼고 스스로 졸아들었다. 무력한 자신에 대한 책망이 낳은 처세적 달인, 우리는 그들을 월급쟁이 회사인간이라 부른다.’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회사인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뼛속까지 회사인간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도전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저자는 회사인간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다른 회사인간들이 ‘진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회사인간〉은 회사원들이 참된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인문학적 성장보고서인 셈이다.
‘학창시절 우리에겐 많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꿈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나 자신보다는 회사라는 틀에 갇혀 회사인간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나 자신을 잃어간 채 언제까지 월급쟁이 회사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답게 살겠다며 사표를 던진다고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짜인간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회사인간의 탄생과 관련한 역사적 기원을 추적한다. 회사인간의 기원을 역사적 사건과 사건이 만들어낸 구조를 통해 밝혀낸다. 소명 또는 직업정신의 역사성도 조명한다. 이 책은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회사인간으로 살았던 과거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전한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인간의 삶은 과거보다 우월하거나 진보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존 스튜어트 밀, 막스 베버, 스피노자 등을 소환해 회사인간을 철학적으로 해석한다.
‘13세기 영국의 농노는 일주일에 31시간 노동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리오 휴버먼은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서 농노는 제 경작지에서 노동하는 3일 동안 관리나 통제를 받지 않았고 경작지에 대한 점유권과 상속권도 농노가 가졌다고 전한다. 당시의 농노는 일일 5시간 노동에 무상 제공 주택과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정규직이다.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회사인간보다 나은 삶이다. 심지어 그들은 오늘날 회사인간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없었다.’
저자는 회사인간으로서의 삶에 굴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래를 꿈꾸면서,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특히 현실주의자가 현실을 바로 보는 게 아니라 꿈을 가진 사람만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함부로 꿈을 꾸라고 이야기해선 안 되지만,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시켜서 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밥과 꿈이 화해하는 지점이다.’
저자 장재용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간 잡지와 커뮤니티에 매주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기존 저서로는 〈딴짓해도 괜찮아〉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구본형, 내 삶의 터닝포인트〉 등이 있다. 장재용 지음/스노우폭스북스/268쪽/1만 5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