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형제’의 꿈 “재미있는 연극,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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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만드는 형제 박태양·박한별 씨
부산엔 잠방, 경기 고양엔 문지방
극단 두 곳 운영하며 커리어 쌓아

연극 '축하케이크' 공연 팀. 뒷줄 오른쪽 끝이 형 박태양, 왼쪽 끝이 동생 박한별. 극단 잠방 제공 연극 '축하케이크' 공연 팀. 뒷줄 오른쪽 끝이 형 박태양, 왼쪽 끝이 동생 박한별. 극단 잠방 제공

“이렇게 재미있는 연극을 열여섯 살이 되기까지 못 보고 큰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진출한 박태양(28)과 박한별(26)은 ‘연극 만드는 형제’이다. 연극은 먼저 동생 한별 씨를 사로잡았다. 중3 시절 마지막 현장학습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늦잠을 자서 공연이 진행 중인 극장에 들어갔어요. 무대와 객석이 만나는 현장을 목격한 거죠.”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동생이 연극을 보고 와서는 연극연출가가 되겠다고 선언하더군요.” 형 태양(28) 씨는 연극의 매력에 빠진 동생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축제 기획 일을 시작한 형은 자연스럽게 동생의 계획에 동참했다.

연극의 대중예술화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형 박태양(오른쪽)과 동생 박한별. 극단 잠방 제공 연극의 대중예술화라는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형 박태양(오른쪽)과 동생 박한별. 극단 잠방 제공

한별 씨는 우선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18세의 나이에 고등학생을 받아주는 극단을 찾아 입단했다. 형 태양 씨도 같은 극단에 들어갔다. 태양 씨는 기획도 하고 홍보도 하고 공연 사진도 찍었다. 두 사람은 연극계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목표가 생기면 현실적 액션 플랜을 짜는 집안 분위기도 한몫했다.

한별 씨는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15학번이 됐다. “대학 생활을 하며 앞으로 극단을 같이 할 친구를 찾기로 했죠.” 형 태양 씨는 대학로로 진출했다. “현장에서 일해 보니 사진을 찍고 연극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일이 저한테 잘 맞더군요. 전문적으로 홍보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서울로 갔습니다.”

중3 때 연극 빠진 동생은 연출가

형은 연극 포스터·사진 전문가로

“연극의 대중예술화가 최종 목표”

한별 씨는 대학에서 스터디그룹 ‘잠방’을 결성했다. 밤늦게 연습을 마치고 학교에서 ‘잠을 자던 방’에서 이름을 땄다. 스터디그룹은 ‘극단 잠방’의 전신이 됐다. 2016년 한별 씨는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한 첫 작품 ‘언더도그마’를 청춘나비아트홀에서 공연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극단에 적용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졸업 때까지 총 14편을 무대에 올렸죠.”

형 박태양이 디자인한 연극 포스터. 극단 잠방 제공 형 박태양이 디자인한 연극 포스터. 극단 잠방 제공
연극 '축하케이크' 포스터. 극단 잠방 제공 연극 '축하케이크' 포스터. 극단 잠방 제공

형도 연극 포스터·사진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고졸에 전공자도 아니니 작업 의뢰가 들어와도 금액이 적었죠. 그래도 작업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꾸준히 했더니 알아봐 주시더군요.” 2021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수상작인 ‘붉은 낙엽’의 포스터 등이 태양 씨의 작품이다.

형제는 지난해 경기도 고양에도 극단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극단 문지방’이다. 한별 씨는 “연극계 톱이 되자는 꿈을 갖고 서울에 진출했다”며 극단 잠방도 자리를 잡은 상태라 두 극단을 모두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극단 잠방은 대중 친화적 작품을, 극단 문지방은 좀 더 진지한 예술적 작업을 한다.

“부산에 있는 배우들이 서울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작품이든 배우든 두 극단을 통해 교류도 더 쉽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극 '축하케이크' 공연 장면. 극단 잠방 제공 연극 '축하케이크' 공연 장면. 극단 잠방 제공

박태양·박한별 형제는 올해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6월 부산국제연극제(청년지원챌린지)에 극단 잠방의 ‘축하케이크’ 공연을 올린 데 이어,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 밀양(네트워킹페스티벌)과 제22회 밀양공연예술축제(차세대연출가전)에 극단 문지방의 ‘시추’를 선보였다. 8월 초에는 극단 잠방의 ‘축하케이크’를 서울 동숭동 플랫폼74에서 공연한다.

연극 형제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연극의 대중예술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처럼 큰 규모의 공연장에 연극을 보러 온 관객을 가득 채워보고 싶어요. 연극이라는 공연 시장을 제대로 키워서 더 많은 사람이 연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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