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학대로 집 나온 아이에겐 사회가 가정”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전국 ‘가정 밖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폭력·학대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경우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들에 대해 가출청소년·비행청소년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28일 발행한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올 3월 성인 248명을 대상으로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조사(온라인설문·복수응답)한 결과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란 응답이 6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출 청소년’(52.0%), ‘가정·교육·취업 등의 이유로 집이 아닌 곳에서 거주하는 청소년’(42.3%), ‘비행 청소년’(24.2%) 순이었다.

반면, ‘스스로 독립(자립)해야 하는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2.5%에 불과해 가정 밖 청소년들이 자립을 필요로 하는 존재란 인식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 밖 청소년’ 하면 떠오르는 말도 ‘자립’ ‘도움’보다 ‘비행’ ‘범죄’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빈도가 높았다.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현재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정 밖 청소년의 가출 원인 중에는 폭력·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존형’,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은 ‘방임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2019년 전국 쉼터 중 93곳(전체의 72% 상당)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출 원인 1·2순위 모두 가정 문제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집을 나온 생존형·방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쉼터 유형별로, 중장기쉼터는 생존형이 40.1%, 방임형도 20.9%에 달했고, 단기쉼터(생존형 36.4%·방임형 12.8%), 일시고정쉼터(생존형 33.0%·방임형 16.7%) 역시 비율이 높았다. 반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시위형’은 8~11%, 자유로운 거리 생활을 위한 ‘방랑형’ 5~11%, 친구랑 놀기 위해 가출한 ‘유희형’은 5~8% 수준(일시이동쉼터 제외)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폭력·학대·방임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집을 나와 쉼터를 선택한 청소년들의 경우 가정으로 돌아가면 가정폭력과 학대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관련 연구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 700여 명 중 46.0%가 자립을 원하고, 가정 복귀를 희망하는 청소년은 19.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립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인 청소년자립지원관은 전국 10곳 중 7곳이 수도권(서울 2곳·경기 3곳·인천 2곳)에 몰려 있어 비수도권 지역 추가 설립을 비롯해 청소년상담복지전문가 양성 등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최근 개발원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가정 밖 청소년들은 “자립을 하면서 더 이상 후원 없이 무엇이든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고립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윤효식 이사장은 “가정 밖 청소년들 중 대부분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가정이 돼 줘야 한다”며 “올 하반기엔 인식개선 캠페인 영상물을 보급하는 등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사회적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 대신 ‘가정 밖 청소년’이란 용어를 쓰도록 권고했고, 지난해 청소년복지지원법이 개정되면서 ‘가정 밖 청소년’이 공식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