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긴장 최고조… ‘치킨게임’ 치닫는 미·중
대만 언론 “차이잉원 총통 만날 것”
중국군, 해협 중간선서 무력 시위
미 “방문 권리 있어… 안전 조치”
중국 도 넘은 행동 않을 것 관측도
2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숙박할 예정인 대만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현지 언론 기자가 관련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밤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간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두고 양국이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각국의 전략적 대처에 따라 향후 양 정부의 손익도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SET TV, EBC TV 등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2일 오후 10시 30분에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숙박한 뒤 다음 날 오전 8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 면담, 입법원(의회) 방문 후 오전 10시께 대만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동아시아를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2일 “어떤 외국 손님의 방문도 따뜻하게 환영한다”면서 “정부는 그러한 손님을 위한 최상의 준비를 할 것이며 그들의 계획을 존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가시화되면서 미·중, 양안 간 갈등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고, 군함들도 중간선 가까이에 있다”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95년 미 공군 장군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으로, 양국은 한동안 이를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겼다. 또 중국군은 전날 오전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젠(J)-16 전투기 등을 진입시키며 무력 시위를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진지를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절대 좌시하면서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2일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군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는 4일 자정까지 군사적 대비태세를 격상한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며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가 미치는 ‘정치적 폭발성’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리더십에 금이 가는 행위를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만 방문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전례 없는 수위의 무력 시위를 벌일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불발될 경우 중국의 무력 시위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안 그래도 불안한 11월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최근 백악관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중국군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으로 향하는 도중 도 넘은 무력 시위는 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입법부 수장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감행하기 부담스러운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군사 충돌에 대한 대내외 비난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군사 충돌의 마지노선에 근접하는 정도로만 무력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