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떠받치는 ‘필수노동자’, 노동환경은 ‘뒷걸음’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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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노동권익센터 실태 진단

간호사·환경미화원 등 9개 직업

3년 새 취업자 2만 명 늘었지만

월 급여는 오히려 7만 원 하락

“적정 수준 생활 보장 정책 필요”


사진은 2021 온라인 일자리 박람회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2021 온라인 일자리 박람회 모습. 부산일보DB


“코로나 시대에 말만 필수노동자지, 물량은 늘고 일하는 환경은 더 열악해졌어요. 청소 노동자들은 옆에 사람이 확진돼도 그 사람만 빠지는 거지 일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확진도 안 돼야 하고, 확진된 사람은 월급도 못 받고.”

“단독 주택은 종량제 봉투 안에서 유리 깨진 것도 흔하게 나와요. 어제도 동료가 병에 손을 다쳤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허해서 보니까 장갑 안에 피가 흥건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부산노동권익센터 면접조사에서 부산의 한 청소노동자는 ‘필수노동자’라는 이름 뒤에서 ‘그림자 노동’을 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청소노동자는 팬데믹 기간 폭증한 쓰레기를 처리하며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노동자’로 불렸지만, 정작 사회 보호망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재난 상황에도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노동이 부각됐지만 필수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도리어 열악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부산노동권익센터는 ‘코로나19 시기 재난 필수업무종사자의 실태 진단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조사 결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부산 지역 필수노동자의 규모는 늘었지만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고 밝혔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부산시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올해 4월부터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수노동자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업무가 비대면으로 변화한 시점에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필수인력을 의미한다. 의료전문가, 간호사, 돌봄 종사자, 사회복지 종사자, 배달원, 환경미화원 등 9개 직업이 필수노동자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지난해 부산 필수노동자 수는 29만 5000명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27만 8000명에 비해 2만여 명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 부산 전체 취업자 수 166만 4000명의 17.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보건, 돌봄, 운송, 청소 등 최소한의 필수노동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같은 기간 필수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2018년 대비 2021년 부산 전체 취업자의 월 평균 급여는 5만 원이 상승했지만, 필수노동자의 월 급여는 오히려 7만 원 하락했다.

특히 부산지역 필수노동은 뚜렷한 성별 분절화와 고령화라는 특성을 나타냈다. 부산 필수노동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55.54%로 남성(44.46%)보다 11%포인트(P) 이상 많았다. 간호사나 사회복지·돌봄 종사자가 주로 여성이다.

고령층 여성이 빠르게 필수노동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지난해 부산 필수노동자의 평균연령은 55세로, 전체 취업자 평균연령(49세)을 훌쩍 넘었다. 이는 2018년보다 3세가 높아진 것으로, 코로나 기간 필수노동자의 고령화는 가속화됐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노후 보장이 취약한 일부 고령여성이 생계를 위해 저임금과 낮은 처우를 감수하며 일부 필수노동 직종에 대거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주임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외에서 필수노동의 중요성이 재확인됐지만 이들의 처우는 뒷걸음치고 있다”면서 “필수노동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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