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낙동강 녹조, 대책은 뭔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낙동강네트워크가 8월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낙동강네트워크가 8월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2년 여름은 그야말로 무더웠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8월의 무더위를 낙동강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 답보 중이던 보 개방이 금강·영산강 수문 개방마저 미루고 있던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낙동강 녹조는 그 위력의 절정을 보여 주었다. 시민사회와 연구자 그리고 환경부는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녹조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부산시민들은 다대포해수욕장과 삼락둔치, 원동의 논, 매일 마실 수밖에 없는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녹조 독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부산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 검출

노인성 치매 유발 독성 충격적

환경 재난 넘어 사회적 재난 양상

녹조 막으려면 강 흐르게 해야

민관위원회 통해 대책 마련을


먼저 녹조라 불리는 광합성을 하는 세균 중 남세균의 마이크로시스틴은 이제 웬만한 분은 다 알게 된 녹조 독이 되어 버렸다. 이 남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성물질인 시아노톡신에는 마이크로시스틴만 있는지 알았더니, 영주댐에서 우종으로 발견된 아나톡신, 그리고 이번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확인된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도 있다.

이 이외에도 실린드로스퍼몹신까지 확인되었는데, 모두 생식기 및 신경, 뇌 질환을 일으키는 독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이번에 다대포 및 삼락둔치의 저질토에서 확인된 BMAA는 알츠하이머병 등 노인성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다. 대구 수돗물에 이어 초고도 정수처리를 하고 있다는 부산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물탱크 및 관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는 취수원 다변화라는 명분으로 황강으로부터 50%의 상수를 가져올 것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낙동강 본류가 아니라 지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이제 낙동강의 녹조는 5월, 10월, 2월 등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도 강에서 그리고 수돗물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부산 인근의 양산에서는 초록색 유화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강물로 벼농사뿐 아니라 엽채류와 과일 농사를 짓고 있다. 축산분뇨까지 더해진 이 지천은 코를 찌르는 악취뿐 아니라 녹조 독이 든 쌀과 무, 상추 그리고 딸기를 부산시민들에게 공급해 줄 것이다. 농업용수에까지 비상이 걸린 것이다. 취·양수 시설 개선을 하지 않고 넘실대는 보의 강물로 농사를 짓겠다며 버티던 낙동강 상류의 농민들이 이것을 보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할 수 있을까.

고농도 녹조가 유입됨에 따라 농산물에 축적되면서 농민의 생계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여 일간 국민 체감 녹조 조사단에서 확인한 최악의 지점이 양산의 양·배수장에서 확인된 마이크로시스틴 16,952ppb는 농산물의 전국 유통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낙동강 녹조 문제는 환경재난을 넘어서 사회적 재난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문개방을 여전히 주저하면서 녹조 독성 검출 방법에 대해서 논란을 이어 가고 있으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양심적인 학자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4대강의 녹조는 강에 설치된 16개의 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할 경우 녹조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2017~2021년 4대강 수문개방 모니터링을 통하여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자 이를 없었던 일처럼 숨기고 수문개방 계획을 외면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녹조 독소가 검출된 농수산물에 대하여 전량 수매하여 이를 폐기 조치하여야 한다. 농경지 자체에 녹조 독이 축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농민의 피해가 발생할 시에는 이에 대한 보상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낙동강 녹조의 창궐을 막기 위해서는 강을 흐르게 하여야 한다. 올 하반기에는 합천보 인근의 취·양수 시설을 신속히 개선하여 수문개방의 폭을 확대해 나가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위원회를 구성하여 인근 농민과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총리실 산하의 민관위원회 구성도 주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창궐한 녹조를 눈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고 이것이 다대포해수욕장 및 거제도 앞바다까지 녹조 알갱이가 떠다니지 않도록 하는 방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