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부산] 오피스텔이 될 보수동 책방골목 현우서점, 마지막 인사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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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부산 추억의 장소를 다시 기록하는 ‘레코드 부산’. 그때 그 사람을 만나, 추억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최근 보수동 책방골목에 가보셨나요? 헌책 특유의 쿰쿰하고 정겨운 냄새야 여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낯선 느낌이 듭니다. 오랜 세월 터줏대감처럼 이곳을 지켜오던 책방 입구에 공사장 펜스가 쳐져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죠.

보수동 책방골목은 2000년 초만 하더라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인데요. 특히 새 학기만 되면 참고서나 문제집 등을 사러 오는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습니다.

레코드 부산 다섯 번째 이야기는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37년간 '현우서점'을 운영했던 김인조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현우서점의 역사가 시작된 건 1984년 1월. 직장생활에 싫증을 느끼던 김 씨에게 지인이 책방을 추천해왔습니다. '유망 직업'이라는 말과 함께요. 큰길 쪽에 빈 점포를 이어받아 서점 문을 열었고, 아동도서와 참고서 등을 주로 다뤘습니다. 몇 년 뒤에는 책방골목 메인 거리의 한 모퉁이로 옮겨 장사를 이어갔습니다. 2020년까지 책장사를 했으니, 햇수로 37년간 장사를 한 셈이죠.

워낙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학생 때 드나들던 단골 손님이 성인이 되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아내, 아이와 함께 와서 반가운 인사를 건넬 때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죠.

지인의 추천대로 2000년대까지는 호황이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는 책방골목 전성기였죠. 새 학기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끼니 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현우서점뿐 아니라 그 시절 책방골목에는 새 학기만 되면 손이 모자라, 식구들을 총동원해 손님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책방골목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죠. "옛날에는 '동아 원색 세계대백과사전' 같은 건 선금을 주고서라도 구해달라고 할 정도로 귀한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백과사전 찾아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인터넷 찾으면 다 나오는데."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중고 책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골목의 침체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설상가상, 현우서점이 있던 건물이 통째로 매각되면서 김 씨는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곳에 있던 8곳의 서점도 한꺼번에 문을 닫았죠.

김 씨는 장사를 접은 후에도 시간이 날 때면 한 번씩 책방골목에 와보곤 하는데요. 손님이 없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심정을 알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김 씨는 그럼에도 이곳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주변 사장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요. 현우서점의 마지막 인사,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레코드 부산'은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연=남형욱·서유리 기자

그래픽=이지민 에디터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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