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재에 무역 적자까지 ‘발목’… 경제위기설도 ‘솔솔’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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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에 코스피 등 국내 주가도 ‘급락’
공공요금 줄인상… 물가 고공 행진 예고
올 무역적자 역대 최대 480억 달러 예상
무역수지 6개월 적자… 외환위기 후 처음
과거 위기 때보다 대외건전성 등 양호
정부 “경제 위기 재현될 가능성 적어”

컨테이너 화물로 가득한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컨테이너 화물로 가득한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 등으로 한국 경제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켜졌다.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등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부진과 수입액 증가 속에 무역수지는 연간 4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침체의 고통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미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코스피 36%·코스닥 38% 폭락…시총 642조 증발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달러 초강세로 인해 주가와 금리,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위기국면에 진입한 지 오래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30% 넘게 급락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작년 6월 25일에 세운 사상 최고치(장중 3316.08) 대비 1181.31포인트(35.6%)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작년 8월 6일 장중 1062.03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0일 661.65로 400.38포인트(37.7%) 떨어졌다. 올해 우리 증시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올해 9개월 새 642조 3490억 원 증발했다.

채권 금리는 1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환율은 올해 20% 치솟았다.

■환율·물가 고공행진…'복합위기' 우려 확산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통계청 등 여러 기관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충격파로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넘어섰고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연준이 국내 물가 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가치가 오른다. 하지만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결국 해당 국가의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입는다.


미 연준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연말에는 한·미간 금리차가 1.50%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 속에 자금유출, 환율·물가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8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5.7%로 다소 둔화했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이달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10월 물가가 6%대로 다시 뛰어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외여건 악화에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고 있고, 7월 상품수지는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는 지난 9월 37억 7000만 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치인 48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전망치는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 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한다.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IMF는 기존 2.9% 전망치를 2.1%로 내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5%에서 2.2%로 하향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9%까지 내렸다.

다만,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경제위기 재현 가능성은 작다”고 단언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의 고통이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 3000만 달러로 집계됐는데,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치(4303억 달러)를 1.4% 상회하는 수준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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