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머니, 어머니…” 떨리는 112 전화, 경찰이 눈치챘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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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울산경찰청으로 전화
범죄 낌새에 즉각 ‘코드 0’ 발령
협박 받던 10대 신고자 구해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여보세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저 모르겠어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지난 9월 29일 새벽 4시를 훌쩍 넘긴 야심한 시각. 울산경찰청 112 신고로 한 소년이 전화해 대뜸 ‘어머니’를 연신 애타게 찾았다. 신고자는 16살 A 군.

‘신고자가 신고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구나….’ 금세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한 경찰은 곧바로 위급사항 5단계 중 최고단계인 ‘코드0’을 발령, 동시에 위치 추적 시스템인 LBS(Location Based Service)를 가동했다.

통상 사람들에게 위협이 있는 현행범 사건인 경우 ‘코드1’이 발령되지만,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을 접수하면 대응 코드를 한 단계씩 높여 발령한다.

“전화 끊지 마요. 엄마랑 통화하듯이 계속 전화하면 돼요.” 112상황실 오연주 경사가 ‘엄마인 척’ 태연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그사이 LBS에 기지국 값이 떴지만, A 군의 위치를 종잡기 어려웠다. “보이는 112링크를 보낼 건데, 링크 좀 눌러줄 수 있을까? 화면을 보여주면 되거든.” 오 경사가 A 군의 휴대전화로 URL이 담긴 메시지를 전송했다. 보이는112는 신고자의 위치와 휴대전화로 찍히는 상황이 112상황실로 실시간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눌렀는데, 어떻게 해야 돼요? 엄마.” A 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잠시후. “어, 어! 위치 떴어요. 엄마가 데리러 갈게!”

경찰이 곧바로 A 군의 GPS 위치로 출동했지만, 금방 찾을 것 같던 A 군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외진 곳인데다, 수색 범위가 넓었다. 그렇게 통화한 지 20여 분째. A 군이 “00농공단지 100m 표지판이 보인다”고 했고, 인근에 있던 경찰은 드디어 A 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 만났어?(오 경사)”, “네. 만났어요.” A 군이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울먹이며 말했다. 자칫 야간시간대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아는 형(17세)이 ‘바다에 가자’며 오토바이에 태워 ‘무서운 형’들이 있는 곳에 데려간 뒤 집에 보내주지 않고 위협했다고 한다.

가해 청소년들은 경찰에서 협박 혐의로 조사받았고, A 군은 안전하게 귀가했다.

11일 경찰 관계자는 “엄마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로 신고자를 안심시키고 ‘보이는 112’로 주변 표지판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적절히 대응한 결과 신고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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