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전학·정신과 치료… 줄잇는 ‘교사 폭력’ 호소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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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학원 그만두자 학생 모욕
차별 탓에 정신적 고통 받아”
‘교사 괴롭힘’ 피해 주장 쏟아져
“교내 은밀한 방식 폭력 여전”
청소년 인권단체, 대책 주문

올해 2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한 고교생의 유가족이 지난달 딸이 다니던 중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장면. 유가족 제공 올해 2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한 고교생의 유가족이 지난달 딸이 다니던 중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장면. 유가족 제공

지난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지역 한 고교생의 유가족이 교사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2월 숨진 부산의 또 다른 고교 학생(부산일보 7월 11일 자 11면 등 보도)에 이어 교사의 괴롭힘을 호소하던 학생들의 비극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교사의 학생 대상 ‘폭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모 고교에 다니던 A(18) 양은 지난해 12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유가족은 예체능을 전공한 A 양이 지난해 교사 B 씨와 친분이 있는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학원으로 바꾸면서 B 씨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유가족은 B 씨가 A 양을 학생들 앞에서 큰소리로 야단치거나 유독 복장단속을 엄격하게 했고, 지난해 12월 나흘간의 외부 체험학습 당시 사람들이 있는 식당에서 A 양의 복장 등을 큰소리로 꾸짖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후 나흘 뒤 A 양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양이 숨진 뒤 유가족은 A 양의 다이어리에서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B 교사와 같은 어른들이 싫다’, ‘B 교사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이 티가 나서 슬프다’ 등의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정당한 지도의 일환으로 학생을 야단쳤을 뿐 폭행이나 욕설은 전혀 없었다”며 “지도로 학생이 힘들어했다면 미안한 마음이지만 과한 행동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부산에서는 올 2월에도 학생이 교사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C(17) 양의 유가족은 “C 양이 2019년 다니던 중학교 교사들의 괴롭힘 이후 수년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교사 두 명을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중학교에서는 같은 교사들의 괴롭힘으로 전학을 가게 됐다는 또 다른 학부모의 주장도 나왔다. D(16) 양의 학부모는 당시 D 양이 교사의 차별 등을 견디지 못해 전학을 갔지만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도 올 8월 해당 교사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 양과 D 양 측의 주장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통상적인 지도였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다른 부산 고교에서도 E(19) 양이 교사 괴롭힘 사건 이후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학교를 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 양의 학부모는 올 1월 부산시교육청에 관련 사건의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교사 괴롭힘을 주장하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교사 폭력을 학생들의 시각에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부산지부 김찬 청소년 활동가는 “가시적인 폭행과 폭언이 없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상벌점제나 차별, 공개적 모욕 등 은밀한 방식으로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에서의 불이익이 입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만큼 학교 현장의 일방적인 통제 방식이 달라져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부산교육연수원 이미선 원장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교사들이 언행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와 학생이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더 강화돼야 교권 침해, 교사 폭력과 같은 교내 폭력 전반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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