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공장 사망 20대, 당일 카톡에 "치킨 500봉 깔 예정, 난 죽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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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 씨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 씨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 A 씨가 사고 당일 연인에게 "치킨 500개를 까야 한다. 난 죽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과도한 업무 강도를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망 노동자 A(23) 씨가 사고 당일 남자친구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강 지회장은 A 씨와 B 씨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이자 연인 사이였으며, 사고 당일 B 씨가 먼저 퇴근한 후 A 씨는 공장에 남아 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틀 뒤 휴가를 내고 함께 부산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었다고 한다.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남자친구 B 씨가 "오늘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묻자 A 씨는 "일 나 혼자 다 하는 거 들킬까 봐 오빠 야간 (근무로) 오지 말라고 했다. 사실 (이건) 일상이야. 찬찬히 하고 퇴근 조심해"라고 답했다.

이어 B 씨가 "남은 시간 파이팅하자"고 말하자 A 씨는 "졸려 죽어. 내일 롤치킨 (만들 거) 대비해서 데리야키 치킨 500봉을 깔 예정. 난 이제 죽었다. 이렇게 해도 내일 300봉은 더 까야 하는 게 서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B 씨는 "속상해. 한 명 더 붙여달라고 그래. 바보"라며 안타까워했다.

강 지회장은 "카톡 대화 마지막에 A 씨의 답변이 없으니 B 씨가 '무슨 일 있어? 왜 카톡을 안 받아?'라고 묻는 내용이 있었다"며 "참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사고 당일 근로자에게 과중한 작업량을 할당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강 지회장은 "그날은 업무량도 많았고 전날 했던 물량도 밀려와서 사고자가 업무를 처리하는데 굉장히 힘들어했다더라"라고 했다.

이어 "(식자재) 15㎏ 통을 계속 받아서 12단으로 쌓아야 한다. 그 무게를 한두 시간도 아니고 11시간씩 해야 한다"며 "그런 식으로 일을 시키는데 힘들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휴식도 중간에 15분씩 쉬는데, 중간에 청소도 하면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은 7∼8분에 그친다"며 "그날(사고 발생일)은 또 쉬지도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 정도로 일의 강도가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장 일의 특성상 기계에 미끄러져서 쓸려 들어갈 수도 있고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2인 1조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누가 기계를 잡아만 줬어도 사망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면서 "2인 1조라고 해도 한 사람은 재료를 갖다 주고 배합해서 나온 소스를 옮기는 등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2인이 함께하는 작업이 되려면 3인 1조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지회장은 또 사고 다음 날 회사 측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회사에서) 일을 하라고 개별적으로 연락이 왔다더라. (직원들 입장에서는) 안 나가면 혹시나 불이익을 받거나 승진에 문제가 있을까 봐 나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노동자를 감정이 없는 기계로 보는 거 아닌가"라며 "우리도 최소한의 감정이 있는데, 바로 옆에서 그걸 보면서 일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걸 말해 준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 평택시 SPL 공장에서 A 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사망했다. 현장에는 다른 작업자가 있었지만 사고 순간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지난 17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A 씨의 사망 이후에도 해당 공장에서 업무를 진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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