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맥경화’ 심각, 흑자도산 위기 놓인 지역 건설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PF 대출 막혀 자금 조달에 어려움
우량 업체 가려 적극적인 대출을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부산일보 DB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 부산일보 DB

레고랜드 사태 불똥이 지방 건설사들에까지 옮겨붙으면서 지역경제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돈맥경화’라고 불리는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면서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좋지 않은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택사업을 키우며 급성장한 충남 지역 6위 건설업체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1차 부도 처리됐다. 서울의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이 실패해 시공사 4곳이 사업비 700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70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 모든 게 체력이 약한 중소 규모의 지방 건설사들이 한계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가 3000억 원이 넘는 부지를 담보로 금융권에 대출을 요청하자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건설업체 대출은 곤란하다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이러면 건설업계에서는 지금이 IMF 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지방 건설사들은 은행권으로부터 PF 대출 심사를 받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PF 대출 이자 부담으로 경영 타격을 받는 곳이 많다고 한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PF 대출은 막혔고, 공사비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소 시행사와 건설사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기 마련이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다.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게 사실이다. 수주에 열을 올렸으나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침체기를 맞으며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부산에서도 일부 중소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라 미분양이 생기고 있다.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빚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을 패닉에 빠트리는 방아쇠 역할을 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골자로 하는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처럼 돈줄이 막히면 아무리 재무 건전성이 튼튼해도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겨 흑자도산을 할 수 있다. 흑자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량한 업체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출을 시행하도록 독려하는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성이 좋은 곳에는 자금이 물이 흐르듯 흘러가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타격이 큰 지방 중소 건설사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금융당국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