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그만둔 부산 해녀 130여 명, 출자금 못 돌려받았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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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 출자 가입 부산시수협
200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 계속
결손금 메우기로 반환 엄두 못 내
현재 300명도 못 받을 가능성 커
신규 유입 감소로 소멸 위기까지

부산시수협이 자본잠식 상황에 처한 탓에 물질을 그만 둔 해녀 130여 명이 출자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질 도구를 메고 영도해녀촌 앞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부산 해녀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수협이 자본잠식 상황에 처한 탓에 물질을 그만 둔 해녀 130여 명이 출자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질 도구를 메고 영도해녀촌 앞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부산 해녀 모습. 부산일보DB

사망 등의 사유로 일을 그만둔 부산 해녀들이 소속 수협의 어려운 재정난 탓에 16년 간 출자금 4억 원 가량을 돌려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신규 해녀 가입도 주춤한 상황이라, 독특한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부산 해녀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부산 해녀들이 소속된 부산시수협에 따르면 2006년부터 이달까지 물질을 그만둔 해녀의 수는 133명인데, 이들은 조합 가입 당시 냈던 출자금 1인당 평균 300만 원, 총 3억 7000만 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중 사망으로 인한 탈퇴자는 111명이고, 이외의 사유로 탈퇴한 자는 22명이다. 이들이 낸 출자금은 각각 3억 1000만 원과 6000만 원 가량이다. 일부 해녀들은 출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촌계 해녀회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때 부산시수협에 출자금 300만 원 가량을 내야한다. 부산시수협은 200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로, 이익이 발생하는 대로 손실금을 메우고 있어 출자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남은 해녀들도 사망 등의 이유로 조합을 대거 탈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도 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부산시수협에 소속된 해녀 수는 300명으로 평균 연령은 76세다. 이들의 조합 가입 당시 냈던 출자금을 합치면 9억 4000만 원 가량이다. 게다가 각 해녀들은 출자한만큼 이익이 발생함에 따라 출자한 만큼 이익 배당도 받아야 하지만 배당금도 같은 기간동안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위태한 상황에서 안 그래도 어려운 물질을 누가 하려고 하겠냐”며 “신규 해녀 등록이 저조한 데는 이와 같은 어려운 부산시수협의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시수협은 지난 2006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이후 고정 자산 매각,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 임금 동결 등의 문제를 겪어오고 있다. 이후 10여년 간 결손금을 메우고 있지만, 이번달 기준으로 200억 가량이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매년 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이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제로 결손금이 해결되기까지는 최소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산시수협은 해당 결손금을 하루빨리 없애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20%가량의 부산공동어시장 지분을 매각하고자 하지만,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른 각 조합의 자부담금 문제로 나머지 조합이 반대하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독특한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부산의 훌륭한 자산이기도 한 부산 해녀들에게 이같은 기본적인 출자금도 돌려드리지 못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해녀 탈의실, 신규 해녀 정착금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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