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 넘어져 숨 못 쉰다고 딸 전화 왔는데…”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발만 동동(종합)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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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새운 희생자 가족·지인

실종 가족·친구 찾아 병원 전전
사망자 중 150명 신원 확인
부산서도 연락 끊긴 지인 걱정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시민들이 사고 관련 실종자 신고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시민들이 사고 관련 실종자 신고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다니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시민들도 밤새 안부 연락을 돌리거나 답장을 기다리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3명은 서울과 경기 지역 36개 병원에 분산 안치됐다.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망자 지문 채취를 마치고 오후 7시 기준 15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유족에게 사고 사실을 개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고 직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희생자들이 분산 안치되며 가족과 지인들은 병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발만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한 실종자의 지인은 “핼러윈 축제에 간 지인이 전날 밤 그의 엄마에게 전화하더니 ‘밀려서 넘어졌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원효로 생활체육관에 가 봤지만 지인을 찾을 수 없었고, 체육관에서 출발한 앰뷸런스를 따라 순천향대병원으로 향했지만 이곳에서도 현장 통제로 지인을 찾지 못했다. 그는 “세 군데에서 다 못 들어가게 해서 지금까지 지인을 찾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병원 앞에서는 급히 희생자를 찾으러 왔다가 “이곳에는 없다”는 설명을 들은 가족과 지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한 실종자 부모는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통제선 앞에서 딸의 이름을 말했지만, 경찰로부터 “없다”는 답을 듣고는 통곡했다. 친구를 찾으러 왔다는 20대 남성 2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는데 어느 병원인지 몰라 찾아왔다”며 결국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산시민들도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의 안부를 걱정하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서울 출신이지만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 남성은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며 “오늘 아침에도 단체 대화방에서 친구들과 서로 안부를 물었는데, 누구 하나 답장이 없으면 불안해서 휴대전화를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살며 직장을 다니는 부산 출신 김 모(25) 씨도 “가족, 친척은 물론 부산에서 나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안부 연락을 받은 것 같다”며 “다행히 나는 어제 이태원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는데, 사는 곳 근처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난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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