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제철 맞은 굴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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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영양소 풍부… 클레오파트라·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던 이유는

‘클레오파트라의 음식’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달 24일 경남 통영 굴수하식수협 공판장에서는 2022년 햇굴 초매식 행사가 열렸다. 초매식은 한 해의 첫 위판 경매에 앞서 풍어와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다. 통영에서 생산되는 굴은 청정해역으로 평가받는 1만1542㏊의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품질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굴은 아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피부미용에 좋은 칼슘과 비타민도 대량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인의 상징인 BC 1세기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피부 미용을 위해 굴을 즐겨 먹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경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한 회사는 2016년 굴에서 추출한 펩타이드 성분인 든 마린타임 핸드크림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구상에 굴이 처음 등장한 것은 2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1억 4500만 년 전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석기 시대 인류는 간조 때 굴을 채취해 불에 구워 먹었다.

BC 20세기 무렵 일본에서는 굴을 양식하기도 했다. 특히 고대 로마인은 굴을 매우 좋아했다. 그들에게 굴은 간식이자 디저트였다. 고대 로마의 여러 유적에서 굴 껍질 흔적이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굴은 날것으로 먹을 수도 있지만, 굽거나 훈연하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삶거나 염장해서 먹을 수도 있다. 나라에 따라 버터를 바르거나 소금을 뿌려 먹기도 한다.

굴은 과거에는 정력제로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식품전문가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굴에는 성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굴이 정력제로 좋다는 이야기는 사실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에서 굴 껍질을 타고 등장한다. 그녀는 사랑의 화살을 쏘는 에로스를 낳았다.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타고 온 굴 껍질은 정력에 효과를 낸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고대 로마인은 이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었다. 19세기의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고대 로마인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는 하루 평균 50~60개의 굴을 먹었다. 반면 유대인은 굴을 먹지 않는다. 무슬림에게도 굴 섭취는 금기 사항이다.

굴에는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요리한 굴 100g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열량은 79칼로리에 불과하다. 영양소는 단백질 9g, 탄수화물 4g, 지방 3g, 아연 1일 섭취 권유량의 555%, 비타민 B12 1일 섭취 권유량은 538%, 셀레늄 1일 섭취 권유량의 56%, 철 1일 섭취 권유량의 40%, 구리 1일 섭취 권유량의 493% 등이다. 이밖에 망간, 황, 비타민E, 칼슘 등도 들어 있다.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최근에는 굴에 항산화 역할을 하는 DHMBA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각종 시험관 연구 결과에 따르면 DHMBA의 항산화 효과는 테트라메칠크로만카복실산(트롤록스)보다 15배나 뛰어나다. 트롤록스는 산화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비타민E 혼합성분이다. 앞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하지만 실험실 연구 결과대로라면 굴에서 채취한 DHMBA는 간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통영에서는 1960년대부터 굴 양식이 시작됐다. 지금은 세계각지로 수출될 만큼 맛과 영양, 신선함에 있어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 겨울에는 굴을 즐겨 찾음으로써 건강과 미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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