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언론 보도의 새 지평 연 ‘산복빨래방’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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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부터 6개월간의 대장정 마쳐
취재·보도 새 전범 제시, 언론사 한 획

<부산일보>가 부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산복도로 마을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한 ‘산복빨래방’ 기획이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산복빨래방 마당 작은 텃밭. 부산일보DB <부산일보>가 부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산복도로 마을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한 ‘산복빨래방’ 기획이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산복빨래방 마당 작은 텃밭. 부산일보DB

〈부산일보〉가 부산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산복도로 마을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한 ‘산복빨래방’ 기획이 대장정의 여정을 마쳤다. 산복빨래방은 올해 5월 9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간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마을 중 하나인 부산진구 호천마을에 취재진이 직접 빨래방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삶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도한 새로운 형식의 기획물이다. 그동안 총 504번의 빨래를 하면서 삯 대신 주민들에게 들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토대로 기사 25회, 영상물 39편을 제작한 이 기획은 취재와 보도 형식에 있어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지역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산복빨래방은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일반적인 기사의 취재와는 다르게 출발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복도로는 2010년대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적잖은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가 빠진 일방적인 정책은 그곳 주민들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산복빨래방은 이런 한계를 고려해 직접 주민들의 삶에 파고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그 방편이 2000만 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 노후화한 산복도로에는 없지만, 주민들에겐 필요한 빨래방 시설 운영이었다. 예전의 어떤 한국 언론도 시도해 본 적이 없던 새로운 형식의 실험이었다.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간 산복빨래방은 단순한 빨래방을 넘어 주민들이 편히 찾고, 쉴 수 있는 마을사랑방을 지향했다. 취재진이 직접 간판을 세우고 홍보 전단을 뿌리며 주민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탄생한 산복빨래방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복도로에 켜켜이 쌓인 부산 근현대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주민들의 삶 속에서 캐냈다. 이야기는 산복도로에서 나왔지만, 독자는 전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례적으로 유튜브에 별도의 〈산복빨래방〉 채널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했다. 지역신문이 이렇게 특정한 프로젝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영상과 기사를 동시에 제작한 사례 자체가 언론사에 남을 일이다.

산복빨래방을 통해 독자들은 부산의 살아 있는 이야기에 감동했다. 전국에서 산복도로 주민을 만나려고 오는 등 극찬이 쏟아졌다. 타 매체의 반향도 컸다. 국내외의 많은 언론사가 이를 조명했다. 국내 양대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과 기자협회보는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 준 기획으로 평가했다. 언론학계에서는 “저널리즘을 넘어 문화인류학적인 연구 가치가 있다“라고 한다. 산복빨래방이 지역언론 보도의 새 지평은 물론 지역언론의 새로운 경쟁력까지 보여 준 사례로 꼽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사에 한 획을 그은 산복빨래방 기획은 이제 마쳤지만, 그 파급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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