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울경도 간사이연합처럼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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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일보DB 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일보DB

내년 1월 출범할 예정이었던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이 중단됐다.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3개 시·도를 비롯해 여러 기관 단체의 합의와 지지가 있었고, 지역주민들이 호응을 했다. 법적 제도적 문제도 거의 해결되고, 정부로부터 예산을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을 받았던 터다.

그런데도 메가시티가 좌초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일극집중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고, 비수도권에는 인구소멸 등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같은 심각한 불균형에 대처할 유일한 정책적 해법이라던 메가시티가 업무 시작도 못 해보고 좌초된 것이다.

그래서 부울경 특별연합의 모델이었고, 세계적 성공사례로 이야기되는 일본 간사이광역연합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비수도권은 물론이고 수도권까지 광역행정의 모델로 삼고 있는 이 연합은 사람, 물류, 돈, 정보가 도쿄에 집중하는 일극집중을 타파하고 분권개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2010년 결성됐다.

일본 최초의 광역지자체연합으로 오사카 교토 등 7개 광역단체(부·현)들이 결성했고, 그 후 8개로 늘어났다. 방재, 관광·문화·스포츠, 산업, 의료, 환경, 자격시험·면허, 직원연수 등 이해가 상충되지 않는 분야에 걸쳐 협력해 우선 광역행정을 실시하고 차츰 그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국가기관으로부터 사무와 권한을 이양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간사이광역연합은 그동안 꾸준히 결속력을 다지면서 영향력을 높여 간사이 전체의 발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자영업자 지원이나 의료체제 강화 등에 함께 대응했고,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를 늘리고 효율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합동방재훈련은 해마다 지역을 바꿔 실시하는데, 지난달 중순에 이틀간 열린 훈련에는 110여 개 기관 3500여 명이나 참여했다. 지진 태풍 등 재해 발생에 대비해 자국민은 물론이고 해외 방문객들을 위한 임시 체류시설과 긴급 재난정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또 광역연합 이름으로 고속철도인 신간센 연장사업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광역단체 주민들 간의 원활한 교류와 일체감 형성을 위해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연체험교실이나 전통문화 배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2025년 오사카에서 열리는 ‘오사카·간사이 월드엑스포’는 광역연합에 참여한 지자체들이 공동 개최해서 간사이 전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폭제로 만들 계획이다. 1970년에도 오사카에서 월드엑스포가 개최돼 국내외 입장객 약 6400만 명을 불러들이고 일본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과시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간사이의 경제적 위상은 그만큼 높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에 공사를 시작할 육각형 파빌리온(전시관)에는 간사이 전체의 역사 문화 산업을 소개하면서, 연합에 참여한 지지체별 전시공간도 따로 만든다. 특히 연합 결성 후 외국관광객 수를 크게 늘린 관광사업은 이번 엑스포에서도 주요 테마가 되고 있다. 광역연합은 관광사업 촉진을 위해 해외 세미나와 설명회를 열고 세계 15개국 언어로 간사이 전체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홍보해왔다.

결성 당시 “간사이가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는가. 나라를 움직이는 기개로 임하겠다”고 선언했던 간사이광역연합은 2년 전에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는 세계 네트워크 거점 등을 지향하는 ‘간사이 새시대 선언’을 채택했다. 또 정부에 수도 기능과 대기업 기능을 간사이에 분산시켜 양대 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결성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고, 수도권에만 있는 엘리트 체육인 육성 시설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정부기관인 문화청을 일본 최초로 비수도권인 간사이로 이전시켰고, 엑스포 외에도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간사이광역연합은 부울경 특별연합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위기감과 절박감에서 나온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일본 제2경제권이 한 것을 한국 제2의 경제권이 못할 리가 없다. 메가시티는 동남권이 힘을 합쳐 수도권에 맞서고, 미래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메가시티라는 이름을 바꿔서라도 부울경 광역연합은 계속 진행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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