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박 스틸까지! 한국계 미 하원 의원 모두 연임
‘선거 여왕’스틸, 53.8% 득표율
우편 투표 지연 탓 확정 늦어져
“아메리칸 드림 위해 일할 것”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AP통신은 캘리포니아주 45지구에 출마한 미셸 박 스틸(사진·67·공화) 의원을 당선자로 호명했다. 스틸 의원은 개표가 78% 진행된 가운데 53.8% 득표율로 민주당 제이 첸 후보(46.2%)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개표 레이스 내내 선두를 달렸지만, 우편 투표 집계가 지연되면서 승리 확정이 늦어졌다.
스틸 의원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6년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1992년 LA 폭동 사태로 한인들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뒤 정계 입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캘리포니아임에도 공화당 소속으로 2006년 이후 내리 6번 승리해 ‘선거 여왕’으로 불린다. 스틸 의원은 당선 후 “근로자 가정의 아메리칸드림이 계속되도록 일할 것이다. 일하러 가자”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한국계 하원의원들의 선전은 유독 눈에 띈다. 뉴저지에 출마한 앤디 김(40·민주)은 일찌감치 3선을 확정 지었다. 1996년 김창준 전 하원의원 이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3선 의원이 됐다. 시카고대와 옥스퍼드대에서 학위를 받은 안보 전문가로 의회 입성 후에도 하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순자’라는 한국 이름으로 잘 알려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59·민주·워싱턴) 의원과 영 김(59·공화·캘리포니아) 의원도 스틸 의원과 함께 재선 여성 의원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서울 출생으로 1살 때 미군인 아버지가 버지니아주 포트리 기지로 배치되면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첫 흑인 타코마 시장, 워싱턴주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상징적 인물이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미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목표”라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2021년 1월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렸던 취임식에 한복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 김 의원은 친한파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약하며 한미의원연맹 부활에 앞장섰으며, 대북 강경 메시지 등으로도 주목받았다. 2014년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나 2018년 마지막 우편투표 개표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패배했다. 2020년 다시 도전해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민주당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재선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