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벨트 탈환’ 국힘 차기 총선 구상 ‘이상기류’
현재 민주 우세 지역서 승리 절실
인물난에 당협 조직책 공모 부진
심각한 내부 공천 후유증에 몸살
엑스포 위기감도 새 악재로 등장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서 서부산과 동부경남 등 이른바 ‘낙동강벨트’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이 지역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부산·울산·경남(PK)은 물론 전체 총선 구도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 이상한 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낙동강벨트는 서부산 5곳(부산 북강서갑·을, 사하갑·을, 사상)과 동부경남 4곳(김해갑·을, 양산갑·을) 등 9개 국회의원 지역구를 말한다. 현재 9곳 중 5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해 ‘진보의 텃밭’으로 불린다. 민주당 전체 PK 현역 의원(7명)의 대부분이 낙동강벨트에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올 6월 지방선거 때 전체 6곳(부산 북, 강서, 사하, 사상과 경남 김해, 양산)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여세를 몰아 5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모든 사정이 국민의힘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최대 관건은 ‘인물난’이다. 국민의힘이 올 3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당이 됐지만 이곳에선 여전히 ‘무늬만 여당’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7~18일 부산 북강서갑과 울산 북, 경남 김해갑, 양산을 등 4곳의 PK 당협 조직책을 추가 공모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강서갑과 김해갑엔 추가 응모자가 없었고, 양산을은 기존 5명(김효훈 박인 신흥식 윤종운 이상정 씨) 이외에 2명(정장원 전 양산시 국장, 한옥문 전 도의원)이 새로 신청했지만 이 지역 현역인 민주당 김두관 의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국민의힘은 “총선 국면이 다가오면 정부와 대통령실, 공기업 등에 재직 중인 유력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이다. 실세로 현 집권세력 내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로 거론되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최근 “현재로선 기존 지역구(북강서갑)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산 사하갑·을에선 내부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 심각한 벌써부터 공천 후유증이 예상된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인 조경태(사하을) 장제원(사상) 김도읍(북강서을) 윤영석(양산갑) 의원은 모두 3선 이상 이어서 ‘중진 물갈이’ 바람이 확산될 경우 최소한 2명은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선 ‘공천 탈락 예상자 명단’이 떠돌고 있다.
이와 달리 민주당에선 경남 양산에 터를 잡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데다, 친문(친문재인)계 좌장격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늦어도 내년 5월 만기출소할 예정이어서 2018년 지선 때 위력을 발휘한 ‘문풍(문재인 바람)’이 재연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차기 PK 총선의 최대 이슈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울산과 경남의 비협조로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처한데다, 지난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이후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더 힘들어진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국민의힘의 부울경 총선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모 의원은 20일 “빈 살만의 ‘선물 보따리’때문에 엑스포 위기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만약 엑스포 유치가 실패하면 국민의힘은 PK 총선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울경 정가에선 “국민의힘이 비상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전체 PK 의석(40석)의 4분의 1 이상 뺏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돈다. 국민의힘 부울경 내부에서 “차기 당권경쟁에서 반드시 PK 출신이 당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