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응원하기엔 아직…” 대규모 거리 응원, 부산에선 못 볼 듯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직야구장 등 개방 계획 없어
단체 응원 문화 위축은 불가피
서울선 붉은악마 응원 재추진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6월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일보DB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6월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일보DB

24일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릴 때 부산에서는 거리나 경기장에 인파가 모여 시끌벅적하게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22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 경기에 대한 단체 응원 행사는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를 고려한 결정이다. 부산시는 2018년과 2014년 월드컵 당시엔 각각 아시아드주경기장, 사직야구장을 개방했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현재로서는 응원 장소 개방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2019년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당시 7000여 명이 모인 해운대해수욕장, 2018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표팀 경기를 중계했던 광안리해수욕장에서도 올해는 별도의 응원 관련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공식적인 응원 행사가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하는 월드컵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차분하다. 단체 응원보다 집이나 대형화면을 갖춘 주점 등지에서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소규모로 대표팀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겠다는 시민이 많았다. 김 모(37·부산 동래구) 씨는 “참사가 일어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처럼 신나게 응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가족과 집에서 조용히 경기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식 업계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시지회 관계자는 “지부를 통해 지역 업소들의 동향을 살펴봐도 단체 응원을 위한 예약이나 관련된 문의 경향도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재확산세도 영향이 있어 보이고, 어느 때보다 조용한 월드컵 기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자발적인 응원마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시민들도 있다. 황 모(22·부산 금정구) 씨는 “아시아드주경기장 등을 개방해 응원하고 싶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길 바란다”며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무언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처가 이뤄져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타 지역에서는 거리 응원이 추진되고 있다.22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 서울지부는 현재 장소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종로구청, 서울시와 함께 안전 대책 등을 협의하고 있다. 붉은악마 측은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면서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단체 응원 문화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해양대 해양스포츠과학과 장재용 교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연령대가 비슷해 동질감을 느끼는 청년들로서는 대규모로 밀집해 흥을 일으키는 방식의 응원이 한동안 쉽사리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원 문화 자체를 제한하지 말고, 응원이 지닌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대 스포츠과학부 권오륜 교수는 “응원 행사에 추모 메시지를 담아내고 시민들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행사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통해 사회적 아픔을 성찰하고 더 성숙해지는 장으로 응원 문화를 승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