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 한 발짝도 못 나간 노-정… ‘강 대 강’ 대치 장기화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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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협상은 아예 실종
정부, 미복귀 노조원 제재 착수
공정위까지 나서 담합 여부 조사
노조 “대화 없이 중단 안 한다”
여야, 일몰제 폐지 논의도 파행
민주노총 6일 총파업 영향 촉각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린 3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린 3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연합뉴스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11일째에 접어들었지만, 노정 간 논의는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 갈등의 본질인 안전운임제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예 실종됐고, 업무개시명령과 불법행위 단속 등 정부는 강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강 대 강’ 대치만 장기화되고 있다.

정부는 5일부터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도 복귀하지 않은 시멘트 화물기사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다. 국토부가 이날부터 2차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에 1차 불응한 화물기사는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을 받고, 2차 불응할 경우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된다. 앞서 국토부는 시멘트 운송 화물차주 777명의 명단을 확보해 운송사에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과 불법행위 단속에 주력하며 노조를 압박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이다. 4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직적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칼을 빼들었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사업자들의 담합인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공정위 조사관들이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본부와 부산 남구 부산지역본부를 찾아 현장조사를 시도했으나 결국 사무실 진입에 실패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될 경우 공정위는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주 중 정부와 화물연대 간 3차 교섭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나, 일부 진전된 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벌인 이후 노정 갈등의 본질인 안전운임제 자체에 대한 깊은 논의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8일간 이어졌던 6월 총파업에서는 5차례 실무교섭을 통해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반면 이번 총파업에서는 지난달 28일과 30일 2차례 교섭이 전부였고, 두 교섭 모두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연일 ‘강 대 강’ 대치가 커져 가는 가운데 안전운임제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한 양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추가 면담보다, 업무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안전운임제가 이달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시한부’ 제도인 만큼, 정부가 별다른 대안 없이 노조를 강하게 압박하며 시간 확보에만 주력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에서도 논의에 진전은 없다. 급기야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법안 논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힘 측이 민주당의 일방적 소위 개최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파행했다.

정부와 노조가 힘 대결만 할 것이 아니라 쟁점이 되는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해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차주들에게 최소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 주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제도다. 낮은 소득으로 인해 기사들이 과로와 과속, 과적에 내몰리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2020년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효과가 있다며 적용 품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은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화물연대 파업은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언제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으니 정부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6일로 예고된 민주노총의 동시다발적 총파업이 향후 노정 교섭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주최측 추산 1만 1000명이 참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고, 6일부터 동시다발 총파업을 통해 화물연대에 화력을 더하려는 모습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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