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사외이사 뭐길래~ 선거 ‘잡음’
진주서부농협, 사외이사 선거 3차례 부결
선거 때마다 예산 투입…1억 원 이상 피해
조합장 선거 앞두고 내부 힘겨루기 지적도
경남 진주시의 한 단위농협 사외이사 선거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유례 없이 3차례나 부결되면서 조합장선거 내부 힘겨루기로 인한 갈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주서부농업협동조합(이하 서부농협, 조합장 정대윤)은 지난달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선거를 진행했다.
직전 사외이사인 A씨가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단독후보로 출마했는데 득표 수가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낙마했다.
문제는 사외이사 선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부농협은 앞서 6월 29일과 7월 27일 이미 두 차례 사외이사 선거를 치렀다. 당시에도 A씨가 단독후보로 출마했는데 두 번 모두 낙선했다.
결국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전국적으로도 같은 자리를 두고 4번 투표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당 후보의 경우,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고 실제 대다수 대의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선거를 하기 전에는 대의원들이 이번에는 선출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막상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고 나면 과반을 넘기지 못한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협 사외이사는 비조합원으로, 주로 행정이나 정재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뽑힌다. 대외활동이나 홍보, 행정 연계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해당 후보는 앞서 경남도 예산담당관과 합천군 부군수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특히 서부농협의 직전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차례나 부결되자 일각에서는 내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내부 힘겨루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선거는 대의원들이 투표하지만 후보는 주로 조합장이 추천한다. 조합장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리 견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는 조합장이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후보가 마땅히 없는 데다 다른 임원들이 현 후보를 추천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사외이사 선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다른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이제는 A씨조차 후보직을 고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부농협은 사외이사 의무도입 대상인데, 계속해서 사외이사가 뽑히지 않을 경우 농협 정관상 중앙회 감사 중점 점검 대상이 되거나 업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선거 때마다 투입되는 예산이다.
선거를 하려면 선거일을 잡기 위해 이사회를 열어야 하고, 선거관리위원 회의도 거쳐야 한다.
또 대의원 66명과 임원 11명의 선거 당일 실비와 식사비가 32만 원씩 들어가는데, 모든 비용을 합치면 선거 한 번당 3~4천만 원이 투입된다.
이미 3번의 선거에서 농협은 1억 원가량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선거로 인해 대외적으로 서부농협의 공신력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