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점투성이 환경평가 기준 드러난 고리2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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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구식 지침 적용해 불안감 증폭
수명 연장 잣대는 안전과 주민 동의

내년 4월 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렸다. 공청회 진행을 두고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졌지만 한수원은 공청회를 강행했다. 탁경륜 기자 takk@ 내년 4월 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2일 부산 남구에서 열렸다. 공청회 진행을 두고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졌지만 한수원은 공청회를 강행했다. 탁경륜 기자 takk@

내년 4월 설계 수명이 끝나는 고리원전2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시민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수명 연장(계속 운전)을 추진 중인 고리2호기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한 구식 미국 지침서를 준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한다. 한수원이 공개한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979년 개발한 원전 환경영향평가 심사 지침서인 NUREG-0555를 준용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스리마일 원전 사고(1979년)를 겪은 미국은 1999년에 중대 사고를 반영한 한층 강화된 NUREG-1555를 기준으로 원전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다.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 이후 67번의 잦은 고장이 발생했고, ‘재가동 승인 후 3개월 이내 정지’ 건수도 국내 원전 중 27건으로 가장 많아 지역 주민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불안한 원전이다. 구소련의 체르노빌(1986년), 일본 후쿠시마(2011년) 등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는 모두 고리2호기 설계 및 시공이 완료된 이후에 벌어졌다. 이에 따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사고에 따른 교훈과 강화된 안전 지침을 구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또한 울산-기장-해운대 등 인구 밀집 지역으로 방사선이 누출되는 우회 사고, 지진 영향, 항공기 추락, 부품 교체 및 설비 개선 등에 관련한 대비가 부실하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하나하나 보완해야 한다.

고리2호기가 구식 안전 지침에 따라 수명 연장이 되면 향후 고리3호기(2024년), 고리4호기·한빛1호기(2025년) 등 매년 닥치는 국내 원전의 수명 연장도 구식 안전 지침과 관례에 따라 요식 행위로 진행될 우려가 크다. 한수원이 구식 지침서로 얼렁뚱땅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시도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는 절실한 이유다. 게다가 한수원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주민 공람과 공청회를 졸속으로 추진하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로 무산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이로 인해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을 뭔가에 쫓기듯 마구잡이로 밀어붙인다는 의혹마저 초래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한 치의 오차나 타협도 있을 수 없다. 원전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극히 낮고, 매년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처럼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그 재앙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에 사는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최악의 사고를 감안해 강화된 선진국 안전 기준에 따라 고리2호기 위험 요소를 모두 해소한 뒤 수명 연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졸속으로 추진할수록 시간은 지연되고 사고 위험만 커질 뿐이다. 고리2호기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한 전제 조건은 확실한 안전 보장과 지역 주민의 동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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